생각하다

로또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니 아빠가 로또 한 뭉치를 대조하고 계셨다. 결국 다 꽝이겠지. 만약에 당첨됐으면 소소한 외식이라도 했겠지. 아빠 성격에 안 그럴 리가 없다. (이래 놓고 알고 보니 2등 당첨됐는데 숨긴 것 아녀? 막 이래.) 적어도 십 년 전부터 로또를 샀을터인데 뭔가 얻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었다. 소소하게 5등 당첨은 됐겠지? (설마 5등도 안된 것 아냐?)


할아버지 역시 마찬가지. 살아계셨을 적에 기억나는 사실 하나는, 조그마한 할아버지의 밥상 위에 연금복권 한 장이 놓여있었다. 이렇듯 구순이 넘는 노인도 복권을 산다. 결국 당첨해보지도 못한 채 빈 손으로 돌아가셨지만 말이다.


우리 엄마는 천 원짜리 스피또라도 당첨되는데, 나는 5등 조차 당첨된 적도 없다. 하지만 나한테도 기적이 올려나?라는 조그마한 믿음 하나로 이 짓을 포기할 수가 없다. 이 힘든 현실을 도피하게 해주는 건 오로지 복권뿐이라는 생각..


사실 옛날에는 복권 사봤자 돈만 날린다는 생각만 들었는데 요즘에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뿐이다. 다들 이런 마음으로 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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