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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덤을 보고 느낀 점

오마이걸vs러블리즈

요즘 퀸덤이라는 가요 프로그램이 핫하다. 현역 여성 아이돌들이 같이 출연하는 다른 가수들 노래를 커버해서 순위를 매기는 내용이다. 순위가 하락인 그룹은 저절로 방출되는 듯하다.


저번 주에는 AOA의 무대가 핫이슈였다면 이번 주에는 오마이걸이 재조명을 받았다. 음악 1도 모르는 내가 봐도 오마이걸의 무대는 굉장했다. 구슬픈 목소리가 우리나라 전통의 정서인 한을 잘 담아냈다. 반면 오마이걸과 콘셉트가 비슷한 러블리즈는 이번 무대도 아쉬운 성과를 냈다.


 오마이걸은 러블리즈보다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일단 미션 실패로 곡 선택의 자유가 없었다. 러블리즈는 미션 성공으로 자신이 원하는 노래로 경연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전소연의 배려로 맨 마지막 순서에 무대가 배정됐다. (가수들은 마지막 무대를 서고 싶어 한다) 이런 좋은 상황에도 러블리즈는 브라운아이드걸스의 걸 크러시 콘셉트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어울리지 않는 감투를 쓴 느낌이었다.


사실 이들은 오마이걸의 노래도 고려했었다. 노트북에 오마이걸의 노래를 여러 번 돌려봤지만 딱히 이렇다 할 의견을 내지 못했다. 콘셉트가 비슷해서 안된다는 듯한 말로 짧은 클립 영상이 끝났다. (유튜브로 진행과정을 봤다)


하지만 오마이걸은 멤버별로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가장 좋아 보였던 건 본인들이 섹시, 걸 크러쉬 콘셉트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은 대목이었다. 이렇게 말하기까지 본인들도 얼마나 노력을 했겠는가. 하지만 아닌걸 어찌하나.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좌절하지 않았다. 자신의 장점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일단 우리는 춤 선이 예쁘다. 그리고 섹시, 걸 크러시 콘셉트가 있겠지만 슬픔의 정서를 잘 표현할 가수는 우리밖에 없다>며 자신감을 비췄다. 그렇게 만들어진 게 국악 콘셉트의 편곡이었다.


원곡에 없는 랩 부분도 추가하자! 우리에겐 래퍼가 있잖아! 라며 자신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오마이걸은 이번 무대에 사활을 걸었다. 도 아니면 모가 되는 무대라며 결연한 의지를 표했다. 그렇게 이를 갈며 무대를 만들었다.


한쪽은 도망가면서 이것저것 무대를 계속 바꾸고있고, 다른 한쪽은 자신들의 무기를 점점 업그레이드한다는 유튜브 영상의 베스트 댓글이 생각난다.


https://youtu.be/jAlzBUNDNFE


러블리즈의 노래를 완벽히 오마이걸 노래로 바꾸어놓은 역사적인 순간이 아닌가 싶다. 이번 무대로 오마이걸이라는 가수를 다시 봤다. 오마이걸의 승희는  무대가 끝나고 관객의 호응에 감격을 받았는지 복받쳐 울었다.


이런 실력을 가진 가수가 여태 인정을 못 받은 건 말이 안 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오마이걸은 청순, 상큼 뿐만 아니라 다른 콘셉트도 잘 소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 또한, 대중들에게 실력파 걸그룹이라는 타이틀을 얻었으니 이보다 더 좋은 게 있으랴.


나는 러블리즈 안티가 아니다. 평소에 kei의 목소리를 아꼈고, 광희와 미주의 유명한 짤로 말미암아 상당히 센스 있는 걸그룹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퀸덤의 무대를 보니 그저 안타까웠다. 청순 콘셉트를 벗고 싶은 마음은 알겠다만 그게 어찌 단번에 되겠는가. 본인의 장단점을 알고 순차적인 단계를 밟아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경연으로 깨달은 게 하나 있다. 나 역시 단점은 인정하되 장점으로 단점을 보완하자고. 그게 바로 험한 인생을 살아남기 위한 방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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