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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다

일 하면서 드는 생각 / 박지선님 비보

그저께는 다른 작업자가 멀리서 빈 트레이를 떨어뜨렸는데, 뭔가 반장이 내가 사고쳤다고 생각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역시나 반장은 일 열심히 하고 있는 나한테 와서 ‘얘가 낙하했나 안 했냐’라는 식으로 감시를 했다. 꿀밤 한 대 쥐어박고 싶다. 나는 저런 새끼가 제일 싫다. 마치 내가 사고 치길 바라는 거 같기 때문이다. 그러고는 멋쩍었는지 “덥죠? 밖에 와서 작업하세요.” 이런다. (밖에서 작업하면 정직원들이 나를 쳐다볼 수 있는 구조다) 그래서 퉁명스럽게 안 더운데요. 이랬다. 재수없어. 상종도 하기 싫다.



개그맨 박지선님의 비보를 인터넷 뉴스로 접했다. 설리의 죽음만큼 충격이 컸다.


나는 그 분의 위트 있는 개그를 좋아했다. 박지선의 트위터는 제한된 텍스트 몇 줄인데도 웃기기로 유명했다. 화장기랑 분장 하나 없이 능청스럽게 아주머니 연기를 하는 것도 좋았다. 사람들이 못생겼다 그래도 나는 못생긴 게 아니라 유니크하다고 말하는 당당함이 감탄을 자아냈다. 무엇보다도 남을 비하하는 개그를 안 했다.


아이돌 가수 팬미팅때도 ‘당신들은 남을 싫어하는 데 애쓰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데 애쓰는 사람들이다’는 식으로 소신 있게 말하기도 했다. 학교 선생님으로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데도 본인 원하는 길 찾는 뚝심 있는 사람. 남한테 해코지 한 번 안 한 선량한 사람이였는데 이렇게 하루아침에 가버리는 게 참으로 허무하다.


이렇게나 좋은 사람이였는데...


 불과 2주 전에만 해도 꽃보다 남자 개콘 코너를 연달아 봤는데.. 이제 마음 아파서 못볼 것 같다. 본인 멘탈은 다 나갔는데 사람 웃기고, 비위 맞춰주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까. 멋쟁이 희극인 박지선님이 부디 좋은 곳으로 가셨으면 좋겠다. 그 곳에선 아프지 마시고 어머니랑 같이 행복하게 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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