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오늘 일기

2020.12.04

사실 저것도 내가 여러번 스펠링 교정해준 거임^^; 팔에 낙서 지운 흔적은 뭐냐.. 근데 뭔지 알 것 같기도.

“언니 encorage가 뭔 지 알아?”

“엥? encourage 아니야? 그런 단어가 있어?”

“... 언니가 맞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이 아이의 공책을 교정해주었다. ‘언니 아니면 너 어떻게 살았니?’, ‘처음이 중요한데 이런 잘못된 정보로 외우면 어쩌니?’ 따위의 되지도 않는 생색을 내주었다. 이럴 때 언니 행세 하지 언제 해보냐.


“나는 영어 무식자야. 그런데 언니는 다 알아야 해. 그래야 나한테 알려주지.” 이딴 이기적인 멘트를 하는 귀여운 아이. (나 영어 망해서 재수하는 거 안 보이니?) 그래도 본인이 못한다는 걸 알고 열심히 하려는 의욕이 가득한 이 아이가 내 동생이다. 우공이산이라고 이런 게 조금씩 조금씩 쌓여서 틀림없이 좋은 간호사가 될 것이다.


얘한테 간호받는 환자들은 행운이다. 왜냐하면 아빠를 닮아서 매사에 꼼꼼하고 깔끔하기 때문이다. 일 처리에 있어서 워낙 완벽주의라 본인이 스트레스받는 타입. 성격은 말해뭐해. 지 언니한테는 안 싹싹해도 남한테는 엄청 싹싹하고 베풀 줄 안다.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써야 해서 아쉬울 정도로 웃는 모습도 해사하다. 농담 아니고 내가 본 간호사 중에서 가장 귀엽고 예쁘다. 내가 얘 언니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다. 아직은 다이아몬드 원석이라 빛을 발하지 못했을 뿐. 아놔, 졸지에 주접 글을 썼네. 여튼 봐야 안다. 글로는 모자란다.


 각설하고... 자기 직전에 나한테 모르는 영어단어를 물어본다. 그저 웃기만 하니 나보고 그건 또 뭐냐고 한다. <동생에게 뭔가를 알려줘야겠는데 모르겠어서 체면이 구겨진 언니의 모습>이라고 말하니 자지러지게 웃는다. 잠이나 자라 아가야. 돈 못 버는 신세지만 모자란 언니가 되고 싶진 않구나.


아 놔. 일기장에 지 얘기 적으면 불같이 화낼 거 같은데... 그래도 본인 살아남겠다고 노력하는 게 좋아 보여서 적는 거다. 관심이 없으면 이러지도 않지.


며칠 전에는 차지 트레이닝이 코앞이라 불안해하길래 ‘몰라 시발’ 이런 생각 하면서 다니라고 했다. 그러니 활짝 웃으면서 “몰라 시발!” 이랬다. 꼭 이런 건 잘한다.


그리고 오늘은 아빠가 추임새로 시발(...)이라고 했는데 동생이가 아빠한테 “아빠 자꾸 그런 말 쓰면 나도 따라 쓴다!”라고 했다. 나도 덩달아서 “나도 그럴 거다!” 이랬다. 농담 아니다. 나 욕쟁이다!


아빠는 치킨 뜯어먹는 나한테 뜬금없이 공무원 학원에서 다녀보는 게 어떻냐고 물어봤다. 안 그래도 우리 지역에 있는 학원을 알아봤는데, 내가 공부하는 과목은 강의하지 않는다고 하니 금방 수긍하셨다. (사실 국어는 운영하는데 국어는 학원 다닐 필요성을 못 느끼겠어서...) 영어가 있었으면 다녔을 듯하다. 사실 아빠가 툭툭 이런 얘기 하면 예민해지는 건 사실이다. 현실을 지각하기 싫거든.


오늘따라 글이 술술 잘 적힌다. 오랜만에 길게 적어보는군.


작가의 이전글 임금체불 민사소송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