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 체인지가 됐다.
의사 세계의 내부 방침을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인턴이나 레지던트는 일정한 간격마다 사람이 바뀌는데, 그것을 턴 체인지라고 하는 듯 싶다.
"저한테 노티하지 마세요."
"일년차한테 얘기하면 되지 그걸 굳이 저한테 얘기해야 하는 거에요?"
"저 바빠요." "뚜뚜뚜..(전화 끊음)"
"응급실에 STEMI 있어요. 그거 급한 거예요? 나중에 말해요. (끊음)"
"노티 계속 받아주니 당연한 줄 아네. GICU도 그렇고. 아, 진짜. 저 아니라고요."
당직표를 보고 전화하는데도, 자기한테 노티하지 마라는 건 뭐지. 여하튼 이런 식으로 수도 없이 틱틱거리던 그 레지던트가 갔다. 마지막까지 자기에게 노티하지 마라, 새로 온 사람에게 노티해라, 두 마디 하고는 쌩하니 갔다.
솔직히 이해를 못 하는 것은 아니다. 병원에 내과 환자가 얼마나 많아. 나만 해도 내 환자 파악하기도 버겁다.
의사 본인은 오죽하겠나. 수많은 환자 하나하나 파악도 안 되는데 모두가 자기한테 노티해. 그렇다고 해서 쉬는 날이 많은 것도 아닐 터이니 얼마나 스트레스받겠나. 그럴 만도 하다고 생각든다. 하지만 그런 행동에 불쾌함을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나도 사람인지라.
뭐 하나 싶었는데 다음 턴의 레지던트에게 환자 인계를 주는 모양이다. 아직 환자 파악도 못한 레지던트에게 노티하라니.. 이 사람 진짜 뭐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환자는 노티할만한 상황이 아니라 괜찮긴 한데, 만약에 그 상황에 노티를 해야했다면? 끔찍하다. 누구에게 전화를 해야 한단 말인가.
새로 바뀐 그 분은 초면이 아니였다. 작년에 레지던트 1년차로 봤었는데, 내 연차가 일 년 늘어난 것 처럼 이분도 일년 짬밥을 더 먹었다. 시간 참 빠르기도 하지.
내가 이렇게 목숨 거는 이유는, 나는 내과 쪽의 중환자를 보기 때문에, 내과 레지던트에게 노티를 한다. 따라서 내가 노티할 사람이 어떤 성향인지 파악하는 이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최소한 나에게는 말이다. 그래야 멘탈 깨지는 말을 들어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지.
2017.04.30
지금 보니 무슨 말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