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시험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생각.
옛날에는 책 보다가 울컥하면 책 덮고 울기 바빴는데, 이제는 잃을 게 없다 보니까 공부하다 서러워져도 눈물 한 번 훔치고 다시 책을 읽게 되더라.
울면서 프린트 보고
울면서 기본서 보고
울면서 문제 풀고
이번에 시험 망치면 나는 연탄불 피우고 죽겠다는 생각으로 공부했다. 진짜 그렇게 되면 나는 그 방법을 쓰려고 했다. 하지만 죽지 마라는 건지 조상님이 목숨 정도는 건져주셨다. 여하튼 그만큼 나는 이 세상에 미련이 없고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시험 전날에는 울면서 김동준 기출 600제를 훑어봤다. (소방 기출만. 타 직렬 말고. 거기까지 볼 시간 없다.)
어머니랑 동생이 맛난 거 먹으러 가자 해도 안 먹는다 했다. 먹을 거 싸 갈까? 했는데 됐다 하고 끊었다. 홀로 방에 있는데 미친 듯이 긴장되어서 청심환도 계속 먹었다.
책만 죽어라 봤다. 처음엔 술술 잘 넘어갔는데 계속 활자만 보니까 과부하 상태가 되었다. 그래도 계속 봤다. 그렇게 남은 하루를 보냈다.
틀린 문제는 실전에 가서도 틀릴 게 뻔해서ㅡ나는 나를 믿지 않았다ㅡ접어서 따로 표시했다. 그리고 시험 직전에 해당 문제만 빨리 훑어봤다.
내가 인상 깊게 봤던 한 선지가 있었다. 그거랑 좀 변형되게 이번 개론에 정답이 나왔다. 그런 식으로 본 덕분에 기본적인 문제를 틀리지 않을 수 있었고, 운 좋게 학개론 85점을 받게 되었다.
(잘하고 못하고는 상대적이라 누군가한테는 못한 점수일 지도. 하지만 이번 소방학이 어려웠던 거 치고는 소방학이 나의 발목을 잡지는 않았다고 판단됨. 모르는 분들에게 말하자면 올해 소방학개론은 소방 간부 시험보다 훨씬 어려웠다. 역대급 난도로 출제되어 작년에 100점 맞은 사람이 올해 60점 받는 사태도 벌어졌다.)
그리고 작년에도 소방 추천 안 했지만 이젠 정말 추천 안 한다. 특히 여자들. 절대 하지 마세요. 내 동생이 한다 해도 뜯어말린다. 아니, 동생도 날 보더니 절대로 안 한단다. 과목 안 바뀌는 거에선 오히려 일반행정직이 나을 듯. 소방? 필기 과목 경찰 따라서 맨날 천날바뀌고 체력 과목도 바뀐다는 말 나오고 멘털 갈린다. 소방 다들 쉽다고 개무시하는데 이번에 불이였다.
그리고 현직들이 자꾸 소방 수험생 카페에서 그러게 좀 더 공부했어야지, 라며 입 터는데... 내 주변에 현직들은 다들 인정했다. 나라도 이건 고득점 못 받겠다고. (물론 내 주변 사람들이 상황판단을 잘하는 거지만) 상황판단을 잘하는 사람이 일찍 붙는다. 나는 그걸 못했던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