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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저번주 공장일 하던 썰.

옆에 같이 일하던 아주머니가 나한테 묻는다.

아가씨 몇살이냐고.

그래서 말했다. 00살인데요.

그렇게 안 생겼는데 생각보다 나이가 있네.. 하신다. 사실 그런 레퍼토리는 이제 식상하다. 오히려 그 나이처럼 보이는데요. 이런 말이 나한텐 신선할 정도. (듣기 거북하다면 죄송합니다. )


여기 일은 왜 하냐고 물으시길래 원래 하던 일이 있는데 투잡 한다고 했다. 요즘에 그런 사람 없는데 대단하다고 하신다. 하하, 이러고 넘겼다. 사실 나보다 더 열심히 사는 사람은 많으니 그저 웃지요.


무슨 일 하냐길래 병원에서 일한댔다. 그분은 나한테 취조를 더 하셔서 간호사인 거까진 일단 말했다.


간호사가 이런 일을 하냐길래 이런일 저런일이 어딨습니까. 돈 벌려면 가리지 말고 해야죠. 오히려 이렇게 타이밍이 돼서 일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라는 식으로 답했다.


이건 진심이다. 나는 지난 몇년을 수험생활로 보내왔기에 거기에 대한 벌로 남은 기간동안 악착같이 돈 벌 각오가 되어 있다.


그리고 지금부터 적은 돈이라도 무시하지 않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야 하는 이유.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전 세계 1위고, 여성 노인 고독사 사망자 비율은 남성 노인을 훨씬 능가한다. 하루에 폐지 줍는 칠천원도 감사하다고 하는 어느 노인분의 인터뷰를 보면서 저분도 참 열심히 사셨을텐데 젊을 적에 잘 몰라서 준비를 하지 못해서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튼 이런 이유도 있다. 누가 보면 나한테 비웃을 지도 모르지만 일단 체력이 될 때, 기회가 될 때 모든 걸 가지고 싶다. 후회하지 않게.


지난 내 인생이 그래왔다.

대학도, 운동도, 공무원 시험도, 남들이 험하다고 하는 아르바이트도 요령 부리지 않고 악착같이 해왔고 나는 이 점이 내 샌드백이자 유일한 자랑이다.


인간은 배신하는 존재니까.. 인간 대신 강아지도 넣겠다. 나를 제일 좋아하는 강아지 역시 내 자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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