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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요즘 병동에 코로나가 퍼지고 있다.

요양보호사분들이 죄다 걸리니까 환자들도 걸리기 시작한다.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진 환자도 있다. 반면 임종면회도 했던 환자가 갑자기 소생하다시피 상태가 좋아져서 모니터를 떼기도 한다. 이 분은 이제 체온을 재려고 하면 의료진을 때리려고 한다. 그리고 뭔가 눈빛이 나를 욕하는 듯하다. 본인이 왜 병원에 있나 불만이 가득한 눈빛이다.


코로나 걸린 사람들은 모아서 다른 병실에서 관리하고 있지만, 이제 곧 번질 거라고 사람들이 말했다. 사실 나는 코로나 이전에 병원을 관뒀기에 이런 상황이 처음이다.


코로나 환자들 보기가 찝찝하긴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먹고 살려면 봐야지..라는 원초적인 생각을 하니 그래도 일을 하긴 하게 되더라. 이럴 줄 알았으면 2020년에 공장 가지 말고 코로나 치료 센터에서 일할걸 그랬다. 그땐 코로나 걸리면 죽는 병인줄 알았다. 물론 기저질환이 있거나 운 나쁘면 죽는 젊은 사람도 있지만 나는 괜찮았다. 거기서 몇 달 일했으면 돈에 쪼달리는 일도 없이 집도 샀을까? 대신 공무원 공부는 잘 못했으려나.


남들은 지금 내가 공장이랑 병원일 투잡 하면 한 달에 사백은 버는 줄 아는데 전혀 그게 아니다. 공장 일이 많은 거도 아니고. 이제 곧 대학원 입학금 내야 할 시즌인데 지출할 일만 남았다. 이제 곧 차도 사고, 운전도 다시 배워야 하는데. 이런 불경기에 돈만 나가는 듯해 마음이 불안불안하다.


남들 시선 신경쓰고 살지 말자 해도, 하루에 수십번씩 나는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았나 계속 생각이 든다. 어릴때부터 무의식적으로 주입된 생각이 쉽사리 바뀌어지지 않는다. 씁쓸하다. 나도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아무 걱정 없이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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