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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인터뷰

살면서 처음으로 인터뷰를 받아봤습니다

몇 달 전인데, 구독자 양다정 님께서 저에게 인터뷰 요청을 하셨어요. 다음은 그 내용입니다. 시간이 많이 지난지라 수정/보완했어요^^

간호사에 관한 정보가 부족한 게 현실인데, 제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필터링 거치면서 말하려다가 백 프로 솔직하게 말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럼 시작할게요 :)


자기소개(부서 포함해서 말씀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2년 차로 '글 쓰는 간호사 hyun'이라고 합니다. 여태 대학병원에서 일해왔고요, 지금이 두 번째 직장입니다. 첫 직장은 ER이였는데 3개월간 일하다 그만뒀어요. 웨이팅이 길어서 일하는 데 적응도 늦었고 동기랑도 친해지지 못했어요. 의지할 사람도 없고, 자취생활도 힘든데 폭언까지 들으니 못 하겠더라고요. 고심 끝에 사직하고 집에서 한 달 동안 인생계획을 짜다가 고향에 위치한 중환자실에서 일 년 반 정도 일하는 중입니다.



현재 본인이 하고 있는 일들

닥터 오더 거르기, abnormal 한 사항 noti 하기, 환자 사정하기(pain, pupil, motor power, gcs, v/s 등), 2시간마다 position change 하기(기저귀 갈기, 환의 갈아입히기, dressing 등), injection, bst, lab, 신환 받기, 전실 보내기, 사후 처치, 진료 보조, 회진 커버, feeding 달고 정리하기, 식사보조, 환자 및 보호자 컴플레인 들어주기 등.. 많아요. 여사님 안 계시면 여사님들 잡도 해요. 예를 들어서 설거지, 박스 분리하기, 약 타 오기 등이 있겠네요.



간호사란 직업이 어떻다고 생각하시나요?
(본인의 개인적 의견+이유)


최악의 순간에서 최고를 만들어내는 직업 같아요. 환자의 상태는 최악으로 치달았습니다. 간호사는 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효율적인 방법을 써서 최선의 상태로 care 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여 수행해내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이기도 하지요.
 


주변 사람들에 대한 간호사란 직업에 대한 인식이 어떤가요?(가족이나 친구 등등의 주변 분들의 인식)


취업이 잘되지만 제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아무나 하지 못하는 3D 직종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제가 하는 일이 극하다는 건 알지만, 어쨌든 취업은 했으니 저보고 부럽다고 말하는 친구도 있긴 해요.
 



그러한 간호 인식을 만드는 요인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간호인력에 비해 중증도는 높고 환자의 수는 턱없이 많습니다. 일이 고되기에 사직하는 인원이 많고, 공석이 많으니 취업이 잘될 수밖에요. 이게 뫼비우스의 띠로 돌아가요. 그런데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취업 잘 되는 직업쯤으로만 생각하고 얕잡아보지요.
 


환자, 의사, 그 이외 사람(보호자)과의 관계 속에서 간호사여서 좋았다고/힘들었다고 느꼈던 일


 정말 심각한 상태로 왔는데 기적적으로 나아서(우리끼리는 소생했다고 합니다) 병실로 환자를 보낼 때요. 고맙다고 하는데 제 마음이 찡하더라고요. 그리고 병실로 퇴원한 환자를 로비에서 마주칠 때 정말 반가웠어요. 정이 들었으니까요. 평소에 그렇게 외치던 냉면 잘 드셨냐니까 한 번 드시고는 당이 300까지 올라서 인슐린 주사 계속 맞고는 그 후로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하시더라고요. 당뇨 합병증으로 눈이 잘 안보이시는 분인데, 목소리로 저를 알아보신 거죠.

 힘든 적은.. 응급실에서 일했을 때, drunken(주취자) 상대하기가 정말 힘들었어요. 응급실에는 아픈 사람만 오는 게 아니에요. 길가에 쓰러진 주취자들을 소방관과 경찰관이 모조리 응급실로 인계한답니다.  저는 그들의 토사물도 닦아야 하고, 환자가 계속 움직이는데 주삿바늘 잡기란 참 어렵죠. 게다가 폭언에, 술주정에. 어휴.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였습니다.
 


요즘 남자간호사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인데 남자간호사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좋은 현상이다 , 아니다 -이유)


별생각 없어요. 저는 간호사를 여자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여자들이 상대적으로 선택을 많이 하니 여초 직업이 된 거죠. 이분법적으로 남자라고 따져서 판단하기보다는 같이 일하는 직장동료라고 생각해요.
 



남자간호사와 여자 간호사의 차이를 알려주세요(하시는 일 , 연봉, 인식 차이 등등)


상대적으로 힘이 필요한 응급실과 중환자실, 수술실에 남자 간호사(줄여서 남간)들이 많이 가는 것 같아요. 제 주변에서도 그 편을 더 선호하더라고요. 산부인과 쪽은 남간의 불모지 같고요. 개인적으로 남간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자 간호사를 무시하는 환자들이 자신보다 강해 보이는 남자간호사에게는 협조적인 경우가 있거든요. 반면, 남자 간호사가 약을 주면 안 먹는 환자도 있어요. (이럴 때 보면 사람 마음은 알 수 없어요) DT가 뜨거나 여자 간호사 여러 명이서 제지가 힘든 돌발상황에서도 남자간호사의 도움은 커요. 연봉은 성별보다는 근속연수와 일한 기간에 따라서 달라지는 편입니다. 남간의 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어서 예전보다는 환자들의 고정관념도 덜한 것 같습니다.
 



간호사란 직업의 장점과 단점!


 장점은, 보람돼요. 사직하고 싶은데, 막상 사직하면 마음 한편이 허전해지는 직업입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건강 쪽으로 도움을 줄 수 있어 좋아요. 제 동생이 우측 배가 아프다고 해서, 맥버니 지점을 촉진하니 통증을 심하게 느끼더라고요. 이건 백 프로 수술해야 할 컨디션 같아 안 간다고 우기는 애한테 화내면서 응급실로 데려간 적이 있어요. CT를 찍으니 정말 압빼(충수돌기염)였어요. 조금만 늦었어도 터질 뻔했다더라고요. 다행이었죠. 솔직히 말해서 제가 간호사가 아니었다면 그낭 넘겼을 것 같아요.

 단점은, 정말 힘들어요. 상상초월입니다. 뭐가 힘드냐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에게 제가 자주 하는 말이 있어요. ‘한 번 겪어보면 절대로 그런 말 못 할걸.’
 


간호사로 일하시면서 개선되어야 할 점이나 바라는 점 (간호사에 대한 복지나 병동 시설 같은 것 등등)


요즘 추세가 포괄 병동을 만드는 것이더라고요. 대선 주자들도 하나같이 의료정책에 포괄 병동 확충을 공약으로 내걸었고요. 하지만 그것은 상당히 근시안적인 마인드라고 생각합니다. 환자당 간호사 수를 늘려야 해요. 그래야 간호사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어요. 그것을 간호대학을 늘리는 것으로 해결하는 우리나라의 정책은 상당히 잘못됐어요. 근본적으로 간호사의 처우를 개선해야 합니다.



간호사란 직업의 전망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미래에 간호사란 직업에 대한 전망)


 지역사회 간호학에서 배웠듯,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으며 노인 인구와 만성질환자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죠.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업무의 질 개선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임신순번제, 태움 문제 바뀌어야 합니다. 이것이 시행되지 않으면 간호계의 전망은 어둡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간호학을 배우고 있는 후배들에게 덕담이나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는 학생 때 제가 제일 힘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액팅을 뛰니 더 힘들더라고요. 차지는 더더욱 힘들고요. 자신을 뛰어넘을 수 있는 담력이 필요한 직업 같아요.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든, 학생 선생님이 생각하는 그 이상이니 각오 단단히 하셔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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