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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다

눈을 마주 보고 대화하겠습니다

이건 어제 있었던 일.

본격 반성문


오후 5시 반에서 6시는 엄청 바쁜 시간대이다. 우선, 보호자 면회시간이라 무진장 분주하다. 3명 이상 들어온 보호자를 제지해야 하고, 컴플레인도 들어야 하고, 환자 전체를 바이탈 해야 하고, 저녁 약도 돌려야 하고, 여섯 시 인잭도 하고, 랩이 있으면 해야 하는 그런 시간. 이렇게 몇 줄로 압축했지만 실제로 갖가지 일이 부지기수로 일어난다. 이쪽저쪽을 누비면 몸이 남아돌지를 않는다.


여섯 시가 임박한 시간, 집중하지 않으면 일이 밀린다. 매의 눈으로 모니터를 보며ㅡ보호자들은 그런 나를 항상 쳐다본다. 의식하지 않는 척 하지만 다 보인다ㅡ정신없이 바이탈을 적고 있는데, 누군가가 옆 환자 차트를 뒤적이고 있었다.


'차트는 열람하면 안 되는데..'

예전에 핸드폰 카메라로 차트를 찍는 사람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런 걸 그대로 두면 내가 혼난다.


하지만 나는 할 일도 해야 해. 난 정말이지 멀티를 못한다. 너무나 정신이 없는 나머지 누군지 얼굴도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고 사무적인 말투로


'차트 보시면 안 돼요.'라고 말해버렸다.


정말이지 자연스럽게 죄송하다고 말하는 사람과 눈이 마주쳤는데 우리 둘은 그만 깔깔 웃고 말았다.


얼굴이 낯익은 인턴 선생님이었기 때문.


"사복이라 못 알아봤어요. 그런데 저한테 죄송하다는 말은 왜 하세요~ 이 상황이 너무도 웃겨요. 제가 더 죄송합니다."


그 선생님은 오히려 구십 도로 고개 숙여서 계속 죄송하다 말하고는 웃으면서 가는데, 그러면 제가 더 미안해져요..


한편으로는, '아, 내가 사람 눈 마주치며 말하는 그런..  센스도 사라졌구나.'라는 반성도 들었다.


저의 잘못..

부끄럽지만 여기서 고백합니다.

개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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