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에서 생각난 희망의 멜로디, '거북이 - 비행기'
수술한 뒤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데 환청처럼 멜로디가 들렸다. 처음엔 라디오를 켜놓은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내 귀에만 들린 소리였다. 퇴원 후 곡을 쓸 때 그 멜로디를 떠올리면서 곡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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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http://m.hankooki.com/m_sp_view.php?WM=sp&FILE_NO=c3AyMDA4MDQwMzA5MzIwODk2MDEwLmh0bQ==&ref=m.search.naver.com#_adtep
가수 거북이의 대표적인 노래 '비행기'가 터틀맨이 심근경색 수술 이후 중환자실에서 생각난 멜로디로 쓴 곡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저는 거북이 특유의 유쾌한 노래를 좋아했던지라 이 일화를 중학생 때 알고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몰랐던 그 당시와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현재의 제 생각은 참 많이 다릅니다. 옛날 같았으면 '와, 대단하다.'정도였을텐데 지금은 터틀맨이 어떤 생각으로 곡을 썼는지 조금이나마 알 것 같기 때문입니다.
중환자실은 벽에 창문과 달력이 없습니다. 시계 몇 개가 붙어있는 게 전부인데 그조차도 동선이 좋지 않으면 환자들이 보지 못합니다. 그래서 중환자실만의 독특한 풍경이 있습니다. 바로 환자들이 간호사에게 지금 몇 시인지, 오늘이 며칠인 지 묻곤 한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환경 때문에 alert 한 환자들이 답답함을 많이 느낍니다. 간호사 몰래 핸드폰을 만지다가 제지당하기도 하고요. (중환자실에서 핸드폰을 만지면 전자파 때문에 약물이 주입되는 기기가 고장 날 수 있다고 해요)
이곳에서 환자들의 행동은 실로 다양합니다.
coma로 ventilator과 연명치료로 하루하루 버티는 사람,
하루 종일 눈을 뜨며 자리를 뒤척이는 사람,
알코올 의존증으로 진전 섬망이 생겨 중심정맥관, 유치도뇨관, 억제대를 다 빼고 도망가려다가 간호사에게 적발되는 사람,
무력한 표정으로 천장을 바라보는 사람,
눈만 마주치면 억제대를 풀어달라고 말하는 사람(거절하면 '이 X아, 저 X아'욕먹는 건 덤입니다),
옛 노래를 부르는 치매환자,
간호사를 뚫어지게 쳐다보거나 웃는 사람(후자는 솔직히 무섭습니다),
데일 카네기 책을 읽는 사람,
'젠장, 이번에는 벚꽃도 못 보겠네', '이렇게 사느니 죽는 게 낫지'류의 자신의 처지에 한탄하는 사람,
하루 종일 잠자는 사람,
누워서 간호사에게 엑셀을 가르쳐주는 사람,
간호사에게 폭행(저는 주먹으로 눈 맞아봤습니다)하는 사람,
'오토바이? 재미로 탔죠! 인생 한 번뿐인데! 앞으로도 계속 탈겁니다.'오토바이 사고로 왔으면서 앞으로도 계속 오토바이를 탈거라는 오토바이 애호가,
자포자기한 사람, 등등..
이처럼 중환자실은 굉장히 삭막하고 우울한 공간입니다. 저만 해도 (예전에 근무했던 병원)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환자를 이송하는데, 중환자실의 분위기에 압도돼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업으로 삼는 저도 이런데, 환자들은 더욱 그러한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심지어 중환자실 환경의 스트레스 때문에 환각과 망상을 보이는 '중환자실 신드롬'이라는 정신 반응도 있을 정도니까요.
반면 거북이의 비행기는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음과 가사가 특징입니다. 아픈 곳을 치료받는 병원은 인간의 1차적 욕구, 생존을 위해서 원초적인 본능이 드러나는 공간입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본능적으로 경쾌한 멜로디가 나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제 생각이지만 터틀맨이라는 사람의 천성이 굉장히 긍정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생명의 최전선 속에서도 자신의 직업을 굉장히 사랑했던 듯싶고요. 실제로 그는 인터뷰에서 원하는 음악을 계속할 것이라며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었습니다.
그야말로 진정 '최악의 순간에서 최고'를 만들어 낸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이 거북이의 노래를 즐겨 듣고, 그를 기리는 것이고요.
오늘만큼은 출근하면서 비행기 노래를 들어봐야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영면하소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거북이가 롤모델인 혼성 그룹 '왈와리'가 있다고 합니다. 사진을 보니 옛 거북이 생각도 납니다.
http://m.entertain.naver.com/read?oid=020&aid=000307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