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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 Dec 14. 2022

마음의 크기

개인적으로 감정은 상황보다는 사람에 비례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가족이 죽어 슬퍼하는 사람과 반려동물이 죽어 슬퍼하는 친구가 있다고 했을 때, 보통 가족을 잃은 친구가 더 슬퍼하겠거니 단정합니다. 슬픔의 경중을 자신도 모르게 결정하지요. 하지만 슬픈 건 둘 다입니다. 감정의 크기를 알 수도 없고 누가 더 슬픈지는 당사자가 아니면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습니다.



장을 보고 오는 길에 제 눈앞에서 고양이가 차에 치였습니다. '로드킬'이라고도 하죠.


차는 고양이가 치였을 때 잠시 멈추더니 바로 제 갈길을 가더군요.



한동안 놀라서 고양이 걱정뿐이었는데 얼마 뒤 드는 생각이 아무리 사람이 아니고 그럴 의사가 전혀 없었다지만 어떻게 생명을 죽이고 나서도 그렇게 제 갈 길을 가는지 참 너무하더군요.



고양이가 길을 건너다 차에 치인 걸 본 순간 너무 놀라 소리를 질렀습니다. 사고를 당한 고양이를 보고 넋이 나가 있는 동안 고양이는 몸부림을 치다 그만 세상을 떠났어요.



혹시나 살아있지는 않을까, 얼른 안고 동물병원에 달려가면 살 수 있지 않을까 고민을 하는 동안 이미 몸이 어느 정도 굳었더군요.



고양이 때문에 운전자의 운전에 방해가 돼서 다른 사고로 이어질까 봐 지나가던 아저씨께서 고양이를 도로 옆 길가로 옮겨놨는데 참.. 이기적인 운전수한테 화가 치밀더군요. 또 고양이가 차에 치인 걸 보고도 가만히 있던 제 자신도 한심하고요.




생명이 제 눈앞에서 죽는걸 처음 봤습니다.


보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들었어요. 나 역시 언제든 죽을 수 있고 '저 고양이와 내가 다른 건 도대체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양이에게 기도를 하고 집에 돌아와 잠을 청하려 누웠는데 또 떠오릅니다.



사고 당시 신고를 통해 시청에서 나온다는 연락은 받았지만 개인적으로 참 찝찝하네요.



비록 안면식도 없는 고양이라 애정은 없다지만 생명의 소중함과 덧없음이 동시에 밀려오네요.



오늘은 쉬이 잠들지 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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