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감자 책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 감자 Jul 14. 2024

감자책방 : 「칵테일, 러브, 좀비」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며

「칵테일, 러브, 좀비」는 뱀술을 마시고 좀비가 된 아버지와 그 가족을 다룬다. 경상도 출신의 50대 아빠는 전형적인 가부장적 인물이다. “가정 밖에서는 건실한 사회인인 반면, 가정 안에서는 제왕처럼 군림”(p. 84)한다. 아빠는 가부장적 폭력을 휘두를 때 마다 핑계를 댔다. 과음할 때도, 주식으로 돈을 날릴 때도, 엄마에게 물건을 집어 던질 때도 나름의 핑계가 있었다. 주는 술은 ‘어쩔 수 없이’마시는 아빠의 핑계는 문제의 뱀술을 마시는 데까지 이어진다. 주인공 가정에서 아빠는 늘 사고를 치고, 나와 엄마는 고통을 겪는다. 가정 안에서 가부장적 폭력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작가는 가족의 다면적인 모습을 포착해 인물 관계를 입체적으로 만든다. 모든 관계는 다면적이다. 가족도 예외는 아니다. ‘나’는 가족을 사랑하지만 동시에 미워한다. “모든 가족이 이럴까? 증오 없이 사랑만 하는 가족 따위는 텔레비전에서나 나오는 거 아닌가?” (p.89). 아빠는 가족을 함부로 대했고, 엄마는 가정에서 생긴 스트레스를 ‘나’에게 풀었다. 그렇지만 ‘나’는 부모님이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함을 알고 있다. 사랑하기만 할 수도 없고, 미워하기만 할 수도 없는 아주 평범한 가정의 모습을 보여준다.


 좀비가 된 아빠가 ‘나’를 무는 사건이 일어난다. 아빠가 가족에게 휘두르는 폭력의 연장이다. 이 사건은 상반된 두 역할을 한다. ‘나’는 잠자리에서 2차 감염을 두려워하며 행복했던 과거를 떠올린다. 아빠 발등에 엉덩이를 대고 앉을 수 있던 어린 시절 추억이었다. 작가는 가족은 서로 사랑하고, 상처를 주기도 하는 관계임을 계속 보여준다. 엄마는 ‘나’가 아빠에게 물릴 때 가부장적 굴레를 탈출한다. 줄곧 폭력의 대상이었던 엄마는 딸을 무는 남편을 골프채로 때린다. 딸의 상처를 소독할 때 엄마는 간호사였던 사회인의 면모를 회복한다.


 ‘나’와 엄마는 사설 좀비 장례 업체를 고용한다. 요약하면 살해는 가족이 직접하고, 업체는 뒷정리만 도와주는 조건이다. ‘나’가 아빠 머리에 산탄총을 쏘기 주저하자 엄마가 총을 뺐어 들었다. “빌어먹을 양반 끝까지 자식새끼한테 민폐나 끼치고.” (p.103)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는 ‘나’의 말에 엄마는 네가 나아야 모든 게 끝나는 것이라 대답한다. ‘나’는 뱀에게 제사를 지내 감염 상태에서 벗어난다.


 “다음 주에는 네 아빠한테 다녀오자.”(p.109) 아빠를 비판하며 시작한 소설은 아빠를 그리워하는 대사로 끝난다. 이분법적 구도에서 한 걸음 물러나 가족의 의미를 고민하는 점이 완성도를 높였다. 이 작품이 불편하지 않은 젠더 소설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50대의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현실적인 사건을 다룬다. 둘째, 사랑하고, 상처를 주는 가족의 다면적인 모습을 포착함으로써 아빠와 엄마는 나쁜 사람으로만 만들지 않는 균형 잡힌 서술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랑 위에 상처를 쌓고, 상처 위에 사랑을 쌓는 가족의 모습…, 나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일까? 달콤 쌉싸름한 질문에 가슴 한 켠이 무거워진다.

#안전가옥 #칵테일러브좀비 #조예은 

매거진의 이전글 감자책방: 태극기를 흔드는 그리스도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