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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감자 Jul 22. 2024

감자책방:『배틀그라운드』- 투쟁을 넘어선 삶을 고민하며

문보영(2019),『배틀그라운드』, 현대문학.


 문보영 작가의 『배틀그라운드』는 동명의 게임을 배경으로 한다. 배틀그라운드를 간단히 소개하면 플레이어 100명이 낙하산을 타고 무인도에 뛰어내려 마지막 한 명이 남을 때 까지 싸우는 게임이다. 배틀 그라운드와 세상의 공통점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다.

“추락으로 시작한다 추락하지 않는 인간은 게임 참여 의사가 없는 것으로 취급한다”(p.17).

게임은 플레이어가 낙하산을 메고 경기장에 뛰어내리며 시작한다. 투쟁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은 세상에 참여할 수 없다. 게임과 우리 삶에서 투쟁은 ‘강요받은 존재 방식’이다.


 작가는 게임 속 원과 자기장에 주목한다. 안전지대인 원은 점점 좁아진다. 원 바깥을 둘러싼 자기장은 유저의 체력을 깎는다. 원은 안과 밖에서 모두 배타적이다.  안전지대와 자기장의 대립, 안전지대 안에서 유저 간 대립이 지속된다. "원은 부조리하기 때문에 줄어들어 점이 되는 순간에는  모두가 만나게 된다"(p.59).


 플레이어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기능은 제공되지 않는다. “발로 차고 침을 뱉는”(p.34)기능만 있을 뿐이다. 여기 주인공 듀오 ‘송경련’과 ‘왕밍밍’이 있다. 송경련은 자기장 경계에 걸린 왕밍밍을 ‘발로 차’ 원 안으로 넣는다. 사랑을 표현할 방법이 원천적으로 차단된 세상에서 두 주인공은 서로를 돌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경기장으로 뛰어들 생각이 없는 사람, 마주친 사람을 죽이지 않고 꼬옥 안아줄 사람을 허락하지 않는 세상이다. 그 속에서 두 주인공은 서로를 돌보고 존재 방식을 고민한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투쟁은 현실이다. 침대 위 핸드폰이 경기 시작을 알리는 사이렌을 울리면, 무기와 낙하산을 챙겨 경기장으로 추락해야 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의 쓸모를 증명하고, 우위에 서야 한다.『배틀그라운드』는 그 현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총알이 쏟아지는 경기장에서 두 주인공은 열심히 달리고, 싸우고, 쓰러진다. 다만 작품은 ‘투쟁’이 내가 원하는 ‘존재 방식’인지, ‘투쟁을 극복한 삶’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 질문한다. 쏟아지는 총알 속에서 함께 고민한다는 표현이 적합하겠다.


 두 발이 경기장에 단단히 묶여있다. 그렇지만 허망한 투쟁을 꿰뚫어 보는, 녹록지 않은 세상에서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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