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은 있어도 차별은 없어야 하니까
『어느대학 출신이세요?』, 제정민
고등학생 10명 중 7명이 대학에 가는 세상이다. 대학생이 널린 세상이지만 그들의 세계는 인서울과 지방대로 양분되어 있다. “과잠을 자랑스럽게 입고 다니는 학생과 ‘과잠 신청을 안 하는’ 학생이 두 세계로 나뉘어 살아간다”(P.12)
이 책은 지방대가 겪는 차별은 기회, 과정, 결과 차원에서 분석한다. 우선 기회 측면에서 능력주의의 한계를 지적한다. 능력주의는 개인 간 환경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다. ‘최소수혜이론’은 교육은 상류층에 유리하게 설계되고, 그 기회가 상류층에 우선 제공된다고 본다. 학벌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 즉 선천적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이 능력이 좋다고 보는 단선적인 사고는 개인의 성과에 선행하는 환경을 간과한다는 점에서 공정한 평가로 보기 어렵다.
과정 측면에서 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의 교육 지원금 규모 차이를 지적한다. 대학 서열은 학교가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금액에 비례한다. 그간 우리 사회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이유로 서울권 일부 대학에 지원을 몰아주었다. 시간이 흘러 평가와 선발을 통해 지원금을 제공하지만,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후발주자인 지방대가 인서울 대학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다. 지방대학의 교육 수준은 국토의 균형 있는 발전과 능력과 적성에 따라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에 연관된다.
교육 결과 측면에서 지방대 졸업생의 일자리 질과 임금이 수도권 대학과 큰 격차를 보임을 지적한다. 저자는 한국의 노동시장 양극화를 깊게 파고든다. 노동 시장은 1차 노동시장과 2차 노동 시장으로 나눌 수 있다. 1차 노동 시장은 정규직, 양호한 근무환경으로 대표된다. 전체 노동 시장의 약 10%를 차지한다. 2차 노동 시장은 중소기업, 하청 업체, 비정규직으로 대표된다. 전체 노동 시장의 약 90%를 차지한다. 여기서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2차 노동 시장에서 1차 노동 시장으로 이동하는 사람이 드물다. 둘째, 2차 노동 시장은 1차 노동 시장과 같은 일, 더 험한 일을 해도 현저히 낮은 임금을 받는다. 동일 임금 동일 노동 원칙이 무너졌다.
요약하면 부모의 지위는 학교를 통해 세습된다. 학교는 학생이 진입할 노동 시장을 규정한다. 한 번 질 낮은 일자리에 발을 담그면 좋은 일자리로 이동하기 어려운 사회 구조다. 따라서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경쟁, 지방대의 추락은 심해진다.
“개인이 전쟁터를 벗어나는 가장 확실하고 근본적인 방법은 바로 전쟁을 끝내는 것뿐이다.” (P.287) 저자는 공공형 사립대, 대학 통합 네트워크, 노동 구조 개혁, 사회적 안정망 확충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이런 처방은 결국 지금 당장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인정하는 것 같아 무기력함이 몰려온다. 능력주의에 한계가 있더라도 개인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것 같아 작은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차등은 있어도 차별은 없어야 한다. 이런 불편함과 고민들이 쌓여 담론장에 등장하고, 이해와 합의를 이루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것이라 믿는다. 학교가 치열한 전쟁터가 아닌, 사람 사는 곳 사람을 키우는 곳이 되길 소망한다.
다수를 차지하지만 항상 소수 집단으로 여겨진 지방대학의 현실과 비전을 고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한 책이다. 책을 덮으니 무기력함과 희망과 죄책감이 뒤섞인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