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별명은 할머니
요즘 집에서 내 별명은 할머니, 종합병원이다. 부모님도 나를 보고 할머니라고 부른다.
최근 몇 년 동안 잠을 쉽게 이루지 못했다. 억지로 잠을 청하지만 1-2시간 자다가 새벽에 깨고, 다시 잠을 청하고 깨고를 반복하다 아침을 맞이한다. 잠을 잔 것도 안 잔 것도 아닌 몽롱한 상태로 천장을 바라본다.
그러고는 전장에 나가는 군사처럼 '오늘 하루도 잘 버텨내 보자'라고 수없이 되뇌며 하루를 시작한다.
정신적 고통은 육체에 드러나게 되고, 육체적 고통은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삶의 질이 떨어지면 정신적 고통이 다시 찾아오고... 정신과 육체는 한 쌍이라 어느 한쪽에 문제가 생기면 결국 다른 쪽도 문제가 생기게 된다. 결국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모르는 것처럼 악순환이 돼버린다.
즐기는 삶이 아닌 버티는 삶은 몸과 마음을 한없이 나약하게 만들었고, 여기저기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두통과 불면증, 우울증, 위염, 허리디스크 등등... 실패하면 안 된다는 중압감에 나 자신을 돌보지 못한 결과였다.
내과, 정형외과, 한의원, 상담 센터 등등 갖은 병원들을 다니면서 마음이 지하 깊은 곳까지 떨어졌었다.
어쩔 수 없이 코로나 시절 내내 고생하며 자리 잡은 일을 정리하고 휴식기를 가지기로 했다.
'그동안 고생한 게 아까운데.. 지금 정리하는 게 맞는 걸까? 나중에 후회하지는 않을까? 좀 더 버텨볼까?'라는 내적 갈등도 있었으나 온 우주가 내 몸을 빌려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한계점에 다다랐으니 쉬어가라고. 지금은 너 자신을 돌봐야 할 때라고.
휴대폰 배터리도 방전되면 다시 켜지기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하물며 사람은 오죽할까. 몸 안의 모든 에너지가 소진되고 빈 껍데기만 남아있는 상태라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꽤 필요할 것 같다.
어차피 쉬어가기로 했으니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서, 체력이 안 돼서, 용기가 없어서 못했던 일들을 모두 해볼 생각이다.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물론 살다 보면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하고 인내해야 하는 순간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내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삶의 목적도 방향도 잃은 채 오직 버티는 삶을 살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과감히 말해주고 싶다.
우주에서 보면 지구는 한낱 먼지 같은 존재이지 않은가. 그러니 너무 안달복달하며 살지 않아도 된다고.
생(生)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짧고 찰나와 같으니 하루하루를 버티기보다 즐기며 살아가라고.
내 몸과 마음을 지키고 돌봐야 할 사람은 바로 본인이다. 그러니 버티지 않아도 된다.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