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은 아빠랑 도서관에 가는 날이라서 저는 일요일이 가장 좋아요!"
최근에 아이들의 어휘력과 문해력 부족의 심각성을 알리는 기사를 하나 보게 되었다.
'사흘'을 '4일'로, '금일까지'를 '금요일까지'로,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를 '사과를 심심하게 한다'로 알고 있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라고 하니 어휘력의 부족이 정말 심각한 것 같다.
나도 수업시간에 "선생님, 문제가 왜 이렇게 길어요? 무슨 말인지 모겠어요!", "선생님, 예금이 무슨 뜻이에요?", "선생님, 이자가 뭐예요?"등과 같은 질문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많은 초등학생 아이들이 문제가 세 줄 이상이 되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아예 문제를 풀 생각도 안 하고 건너뛰어 버린다. 특히 저학년 아이들은 내가 직접 옆에 앉아서 한 문장을 두세 구절로 끊어서 읽어주며 문제를 먼저 이해시켜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중학생이 예금이나 이자 같이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되는 단어를 모르는 경우도 흔하다.
수학 시간인데 어휘 설명이나 문제를 이해시키거라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 일이 종종 생긴다.
내가 지금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것인지..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것인지.. 사실 답답할 때도 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특히 초 1, 2 학년 아이들이 수업을 등록하러 오면 난 학부모님께 아이가 한글은 어느 정도 읽고 쓸 줄 아는지, 책은 얼마나 읽는지, 문장을 이해할 수 있는지를 먼저 묻고 테스트를 한다.
그리고 아이가 기초적인 어휘력과 문해력이 전혀 없으면 지금 수학이 중요한 게 아니니 우선 책을 많이 읽히고 기초적인 국어 능력을 갖춘 다음에 등록해 주십사 하고 말씀드린다.
요즘 부모들에게 유튜브 동영상은 해결사 역할을 해 준다고 한다.
어린아이가 울거나 떼를 쓸 때, 밥을 먹기 싫어할 때와 같은 상황에서 동영상을 보여주면 울음도 그치고, 밥도 열심히 먹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아기 때에 영상 매체에 과하게 노출되면 뇌의 편향된 발달을 가져온다고 하니 적절한 통제는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렇게 유아기 때부터 자극적인 콘텐츠 영상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책을 멀리하게 되고 어휘력 부족의 결과를 가져온다.
이는 활자 매체에서 영상 매체로 변화된 시대의 당연한 흐름이라고 생각되지만 결국 어휘력의 부족은 문해력의 부족을 가져오고, 문해력의 부족은 사고력의 저하로 이어진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서야 뒤늦게 어휘력과 문해력 부족의 심각성을 깨닫고 어휘력, 문해력 문제집을 풀리거나 논술 학원을 보내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물론 문제집을 풀고 학원을 다니고 하는 것도 좋지만 어릴 때부터 활자와 친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모 스스로가 책을 읽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어야 한다.
실제로 읽고 싶은 책을 항상 챙겨가지고 와서 쉬는 시간에 꺼내 읽던 아이들이 있었다. 물론 극소수의 아이들이었다.
이런 아이들은 대부분 어릴 때부터 부모님들이 독서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선생님 우리 집 거실에는 TV가 없어요. 대신 책장에 책이 엄청 많은데 아빠랑 제 책이 제일 많아요!"
"엄마와 함께 카페에 가서 엄마는 ㅇㅇㅇ 책을 읽고, 저는 ㅇㅇㅇ 책을 읽었는데 진짜 재밌었어요."
"일요일은 아빠랑 도서관에 가는 날이라서 저는 일요일이 가장 좋아요!"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던 아이들은 평균 이상의 어휘력과 문해력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안정된 아이들이었다.
동영상과 게임, SNS와 같은 콘텐츠의 접촉을 모두 제한할 수는 없으며 다양한 콘텐츠가 주는 이로움도 분명 많다. 하지만 무엇이든 한쪽으로 치우치면 부작용이 생기는 법이다.
다양한 콘텐츠의 즐거움만큼 아이들이 독서의 즐거움도 느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요즘 어른들의 숙제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