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 교재를 어떻게 풀어요."
요즘 일상에서 자주 화두가 되는 주제 중 하나인 '자존감'은 '자아존중감'을 줄인 말이다.
'자존감'이란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이며, 유능하고 긍정적인 존재라고 믿는 감정을 의미한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기 자신을 신뢰하며 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부정적 자아개념과 높은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어떤 객관적 지표와 상관없이 자존감이 낮은 아이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자존감이란 객관적 판단이 아니라 주관적인 개인의 감정이기 때문이다.
수줍음이 많고 조용한 성격으로 성적은 항상 반에서 1-2등을 하는 중학생 C 또한 자존감이 낮은 아이였다.
학업 능력도 우수하고 성실한 아이였는데 자존감이 낮아서 매사에 부정적이고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는 상태였다.
문제를 풀다 보면 어려운 문제가 나올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는데 C는 오답에 매우 민감했다. 또한 수업 시간에 난이도가 높은 교재를 나가게 되면 "선생님, 제가 이 교재를 어떻게 풀어요. 저한테 너무 어려운 교재라 못 할 것 같아요." 하며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고 했다.
자존감이 낮은 아이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여 새로운 도전을 회피하려고 하며, 결과에 집착하고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C의 어머니와 상담을 해보니 부모님 모두 권위적이고 엄격한 양육 방식을 가지고 계셨다. 게다가 C의 가족들은 대부분 서울대 출신이었고 C의 언니 또한 어릴 적부터 수재 소리를 들으며 공부에 재능이 뛰어났다.
C는 태어날 때부터 모든 기준이 언니였다.
공부뿐만 아니라 다방면에서 뛰어난 언니와 끊임없이 비교를 당하는 분위기에서 성장하다 보니 높은 열등감을 가지게 되었고, 부정적 자아개념이 점점 커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C가 낮은 자존감을 가지게 된 것은 이런 가정환경의 영향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자존감이란 짧은 시간에 형성되는 감정이 아니다. 유아기부터 한 겹 한 겹 쌓여서 나를 지배하는 마음이 되고 이는 어른이 되어서 사회생활을 하는 데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신에 대한 부정적 자아개념을 가지고 있으므로 불평과 불만이 많고, 행복하다고 느끼는 삶을 살기가 어렵다. 또한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까지도 부정을 하게 되므로 사회에 부적응하거나 반사회적 성향을 띠게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아이의 '자존감'은 어떻게 높여야 할까?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현장에서 아이들과 직접 부딪혀본 경험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부모의 양육 방식이다.
특히 비교보다는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부모의 태도가 중요하다. 세상에 완벽한 아이는 없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어쩔 수 없이 친구, 형제, 자매 등과의 사람들과 경쟁하고 비교당하며 살아가게 된다. 이런 쉽지 않은 세상에서 부모가 먼저 나서서 내 아이를 타인과 비교한다면 아이는 자신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칭찬을 할 때는 결과보다는 과정에 대한 칭찬을 해 주는 것이 좋다. 그래야 혹여 아이가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긍정적 자아개념을 형성할 수 있다. 또한 너무 과도한 칭찬은 오히려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는 '난 뭐든지 잘하는 사람이야!' 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에는 잘 못했지만 하루에 10분씩만 더 연습하면 다음에는 지금보다 잘할 수 있어.' 라고 스스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받아들이며 긍정적인 사고를 한다.
두 번째는 성공의 경험이다.
'성공의 경험'이라고 해서 대단한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수학 시험에서 60점을 맞은 아이에게 "이번 시험은 문제가 어려웠잖아.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혹은 "컨디션이 좋지 않았구나. 다음에는 더 잘할 거야."와 같은 환경을 탓하는 대화 방식으로는 아이의 자존감이 전혀 높아지지 않는다.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보다 현실적인 목표를 세분화해서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게 도와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곱셈과 나눗셈의 연산 부분에서 오답이 많았구나. 그럼 앞으로 곱셈과 나눗셈 연산 연습을 매일 20분씩만 해볼까? 그래서 다음 시험에는 10점만 더 올려보자!" 처럼 기대에 미치지 못한 원인을 함께 분석하고 향후의 목표와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그리고 다음 시험에서 이전보다 향상된 결과를 보이면 열심히 노력한 과정에 대한 칭찬을 해주어야 한다. 이러한 작은 성공들이 쌓이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긍정적 자아개념을 형성하게 된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는 도전적 과제를 통해서 학습의 과정을 즐기고, 한 단계씩 자신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에서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
100점, 1등과 같은 객관적 지표가 언제나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모든 사람이 최고가 될 수는 없지만 최고가 아니더라도 행복한 삶은 살 수 있다.
적당히 높은 자존감은 우리가 행복한 사람으로 살아가는데 필수조건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