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
쳇바퀴를 굴리고 있다. 벌써 10년이 넘게 굴려온 쳇바퀴다. 아, 아니구나. 20년을 넘게 굴리는 중이다. 기억나지 않는 유치원 시절은 빼고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초등 6년, 중등 3년, 고등 3년, 짧은 대학 시절 1년, 직장 10여 년. 인생을 살며 누구나 당연하게 돌리는 쳇바퀴들이다.
나는 이 쳇바퀴들이 지지리도 싫었다. 그게 어떤 모양의, 어떤 색깔의 쳇바퀴이든.
처음에는 재미를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뿐이었다. 쳇바퀴가 바뀔 때도 마찬가지다. 쳇바퀴를 굴리며 보는 풍경이 변하면 흥미롭기도 했지만 잠시였다. 풍경이 익숙해지고, 어느 정도로 움직여야 쳇바퀴를 가장 효율적으로 굴릴 수 있는지를 터득하고 나면 지겨워졌다.
쳇바퀴를 굴리면서도 한눈을 팔 수 있을 경지에 이르고 나면 다른 쳇바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거 재밌겠다. 저것도 재밌겠다. 그러다 갈아타 보기도 했다. 하지만 똑같았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쳇바퀴는 결국 질리는 때가 왔다.
자주 쳇바퀴를 갈아타고 싶다고 투정하는 나를 보며 가족들은 끈기가 없다고 했다. 안다. 나는 끈기가 없다. 그래서 늘 신선한 자극을 필요로 한다. 지겹도록 타도 흥미로운 쳇바퀴를 원한다.
그런 나에게 소설 쓰기는 다채로운 쳇바퀴였다. 데뷔하고 6권의 책을 쓰고 출간하면서 그렇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이래서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는구나, 느꼈다.
한 권을 써내는 동안 집필이라는 쳇바퀴를 신나게 굴리고, 원고를 끝내고 나면 완전히 다른 스토리를 구상하기 위해 다른 쳇바퀴에 올라탄다. 이처럼 즐거운 쳇바퀴가 또 있을까. 없다. 없을 것 같다. 아는데.
직장과 학업이라는 쳇바퀴 두 개와, 작가라는 쳇바퀴 하나. 총 세 개를 굴리는 것은 그리 만만치가 않다. 그런데다 지금, 2달 전 일은 같고 환경만 바뀐 직장이라는 쳇바퀴가 또 지겨워지고 있다.
직장 쳇바퀴에서 내려 작가 쳇바퀴만 굴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글만 써서 생활을 유지해나가기에 내 역량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 그 역량은 글을 많이 쓰면서 키워나가야 하는데. 작가 쳇바퀴를 굴릴 시간은 빠듯하기만 하다.
답은 아는데 여력이 허락하지 않는 딜레마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요즘 매일 매일이 그 고민으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