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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람 Jan 11. 2023

에세이는 어렵다

두렵지 않을 수 있기를

전문적으로 글쓰기 공부를 시작한 것은 웹소설 작가 데뷔 후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두 권의 단행본을 출간하고 차기작을 준비하며 스스로 부족함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출간작가의 일은 취미로 글을 쓰던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책에 돈을 지불한 독자들에게서의 피드백이 바로바로 돌아오고, 반응이 좋으면 차기작 제안이 들어왔다. 새로운 이야기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하고, 전작보다 나은 작품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났다. 그러나 욕심을 모두 담기에 내 글세계는 작고 좁았다.


발전하기 위해 배움의 길로 들어섰다. 에세이를 만난 것은 그곳에서였다. 그때까지 에세이는 읽어본 적은 있어도 쓰겠다는 생각은 없었던 글이었다. 에세이 관련 수업을 선택할 때까지만 해도 말이다. 첫 중간고사부터 본격적인 에세이 쓰기 과제가 나왔을 때는 적잖이 당황했다.


학생이 된 이상 평가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브런치를 오픈하고 썼던 몇 편의 글을 참고할까 하기도 했지만, 그것들을 에세이라고 칭하기에는 빈약하기 그지없었다. 결국 6주 동안 배운 것을 토대로 에세이 한 편을 써 내려갔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아니, 좋았다. 만점에 우수과제 선정이라는 쾌거를 이루었다. 기말도 그랬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자신감이 생기기는커녕, 에세이를 알면 알수록 에세이 쓰기는 더 어려워졌다. 왜일까. 매 학기 에세이 관련 수업을 듣고 쓰며 세 번의 학기를 보내고 난 후에도. 에세이는 여전히 어려웠다. 대체 왜?


여러 생각을 더듬고 더듬었다. 겨우 이른 결론에는 ‘내’가 있었다.


에세이는 ‘나’를 토대로 한 글이다. 과거든, 현재든, 혹은 미래든. 내가 보고, 내가 겪고, 내가 느끼고, 내가 사유한 것이 한데 모여 ‘에세이’가 된다. 그게 어려운 것이다.


나를 내보이는 것.


평범보다 못한 인생을 살아왔다. 누군가에게 내보일 만한 것이 아니다. 그것들을 펼쳐내는 것이, 누군가에게 읽힌다는 것이. 부끄럽고 두렵다. 과제는 교수님이라는 한 분만이 대상이기에 눈 딱 감고 써버리면 그만이지만, 다수가 되면 어떨까. 그런 고민이 내 안에 만재해 있다.


두려움이 조금씩 나아지기를 바라 본다. 눈 딱 감고 저지를 수 있는 미래가 오기를. 나는 그렇게 오늘도, 어려운 에세이와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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