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람 Jan 26. 2023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다

과연?

모든 것이 불공평하다는 한탄에 ‘시간만큼은 모두에게 공평하다.’라는 답을 내놓는 이들이 많다. 나도 그렇게 믿는 사람 중 하나였다. 한 사람에게 하루 동안 주어지는 시간은 모두가 24시간이라는 사실은 당연한 것이니. 그런데 갈수록 그 믿음에 의심이 생긴다. 과연 그럴까? 


표면적으로 봤을 때는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개개인의 생활을 들여다보면 어떨까? 해야만 하는 일을 제외하고 남는 시간이 하루에 얼마나 될까? 누군가에게는 전혀 없을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24시간이 온전히 자기 시간일 수도 있다.


직장인인 나의 시간은 대부분 회사에 매여 있다. 눈 뜨면 출근 준비에 바쁘고 저녁에는 퇴근 러시에 시달린다. 그 시간을 제외하고 남는 시간은 고작 두, 세 시간에 불과하다. 그 시간에 뭘 할 수 있을까.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이에게 이 시간은 너무나 짧다. 


시간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 초조해진다. 날이 갈수록 초조함은 커지고 포기를 염두에 두기 시작한다. 이렇게 해서 뭐 얼마나 더 좋아지겠다고. 얼마나 더 행복해지겠다고. 그냥 꼬박꼬박 잘 나오는 월급으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누리면서 적당히 살면 편안하지 않겠냐고. 현실과의 타협 과정으로 들어서면서 여유 시간이 많은 누군가를 부러워한다. 나보다 나아 보이는 이들과 나를 비교하며 비관한다. 내게 직장에 다니지 않아도 될 만큼의 경제적인 여유가 있었다면. 단 몇 년이라도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는 여건이 있었다면. 아무 걱정 없이 하고싶은대로 하고 살 수 있다면. 그럴 시간이 있었다면. 그리고 도달한다. 결국 시간도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다는 결론에.


아주 염세적이고 바람직하지 못한 시선임을 안다. 누군가는 배부른 소리를 지껄이고 있다고 할지도 모른다. 번듯한 직장에, 집 있고, 차 있고, 가족 모두 아픈 곳 없이 건강하고. 고민이라고는 오로지 하고 싶은, 이루고 싶은 일에 대한 것뿐이니.(써놓고 보니 배부른 소리가 맞는 것 같긴 하다.)


후에 돌아보면 이런 허무한 순간조차 원하는 미래를 향한 한걸음이겠으나,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엔 힘들 정도로 무거워서. 꿈같은 삶을 살겠다고 신나게 살고 있지만, 사람이 매번 희망적이기만 할 수는 없지 않겠나. 그런 이유로. 


넋두리 삼아 지금의 심정을 글로 털어내 본다. 돌아서면 다시 앞을 향해 걸어 나가야지. 이루고 이루어서 내 시간을 내가 원하는 대로 쓸 수 있게 될 날을 위해. 그렇게 불공평해 보이던 시간이 사실은 그 어떤 것보다 공평했다고 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매거진의 이전글 에세이는 어렵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