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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람 Sep 06. 2021

문화의 차이를 인정하다.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살기 위해서


아직 '코로나'라는 바이러스가 세상에 나타나기 전의 일이다. 어머니께서 동종업계에서 일하시는 분의 집에서 열리는 홈파티에 초대되어 참석하신 적이 있다. 정기적으로 가지는 모임이었고, 가끔 주최하시는 분의 지인들이 추가로 초대되고는 했다. 그날에는 같은 동네 주민인 외국인 여성 두 분이 처음으로 초대되었다고 한다.


주최자가 준비한 주요리 중 하나는 돼지고기를 넣은 카레였다.  음식을 먹기 위해 모든 참석자가 식탁에 둘러앉았을 때 카레에 고기가 들어가 있는 것을 확인한 외국인 여성분이 말을 꺼냈다. 


"이건 무슨 고기인가요? 저희는 모슬렘이라 돼지고기를 먹을 수 없어요."


(주최자는 이전까지 외국인 여성 두 분이 모슬렘인 것을 몰랐다.)

어머니는 '그럼 카레는 안 되겠다.'라고 생각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주최자가 고기 종류를 말하기 전에 한 참석자가 나섰다. 


"이거 닭고기예요. 먹어도 돼, 먹어, 먹어."


참석자인 어머니의 설명에 따르자면, 아주 장난스러운 어투였다. 두 분은 그 참석자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안심했다. 바로 카레를 먹으려 하는 두 분을 보고 놀란 주최자와 어머니께서 만류했다. 


"안 돼요, 돼지고기야, 돼지고기!"


두 분은 당황해서 닭고기라고 했던 참석자와 주최자를 번갈아 보다가 숟가락을 놓았다. 


참석자는 웃으며 사과했다. 그냥 장난친 거라고. 진짜 먹게 할 의도는 아니었다고. 안 먹었으니 된 거 아니냐고. 


어머니께서는 집에 돌아오셔서 그 일화를 들려주시며 답답함을 토로하셨다. 본인은 장난이었을지 모르지만, 그분들께는 아주 심각한 일이었을 거라고. 


홈파티에 참석한 사람들만 겪은 일은 아닐 것이다. 꼭 직접 겪지 않았더라도 주변 인물들을 통해서, 혹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한 번쯤은 비슷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지 않을까?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 새우를 으깨 넣은 만두를 권하며 "이건 괜찮아, 그런 거 없어."라고 하는 지인이라든지,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임을 알면서 땅콩 성분이 들어간 음식을 선물한다든지. 그리고 그들은 하나같이 문제가 생기면 '장난이었다'라고 변명한다. 


장난으로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 


그들은 '뭐 이깟 걸로 예민하게 굴어?' 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특히 '생명'과는 아무 관계가 없어보이는 홈파티의 일화같은 경우라면 더더욱. 


물론 모슬렘이 돼지고기를 먹는다고 해서 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금기가 타의로 깨어졌을 때의 기분은 어떨까. 어떤 이는 죽을 만큼 괴로울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그의 괴로움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장난이었을 뿐이니 그딴 건 네가 알아서 하라고, 미안했다는 말 한 마디로 넘어가면 끝인가?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정복하고 수많은 난민이 발생하고 있는 요즘이다. 미라클 작전으로 총 390명이 대한민국의 땅을 밟았다. 이후 몇 명이 더 함께가 될 지 모른다. 이들이 아니더라도 문화는 계속해서 섞이고 있다. 한 사람의 문화가 다른 사람의 문화와 섞이고 부대끼며 살아온 지 이미 오래 되었고, 앞으로는 더 많은 수의 문화가 섞여갈 것이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머리로 인정하는 것이 아닌 마음과 행동으로,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역지사지의 배려가 필요하다.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 살기 위해서. 


모두가 함께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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