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호흡은 완벽했다.
성당 성가대 단원으로 2년, 반주자로 6년. 총 8년 동안 ‘합창’이라는 분야에 속해 있으면서 음악적인 단합과 화음이 어떻게 이루어지며, 최고의 소리를 내기 위해서 개개인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하고, 단체가 얼마큼 화합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으로서. 어젯밤 미스터트롯2 메들리 단체전에서 쾌거를 이룬 ‘뽕드림’ 팀은 그야말로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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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좋았다. 모든 이야기에 기승전결이 있듯 음악에도 기승전결이 있는데, 이 ‘기(起)’에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훅(HOOK)’을 기똥차게 마련한 것에서부터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뽕드림은 메들리 첫 페이지를 ‘밤열차(원곡:김연자)’로 장식했다. 클라이막스의 일부분을 전열에 배치하고, 가사를 ‘트롯 택배 지금부터 출발합니다’로 바꿔 멤버 전원이 한목소리, 한 동작으로 시작을 알렸다.
나는 여기서 이미 반은 끝났다고 봤다. 앞선 세 팀의 무대와, 노래 시작 전에 선보인 객석 선물 퍼포먼스로 흩어져 있던 관객의 집중을 이 한 소절로 모아 사로잡아 버렸기 때문이다.
음정의 흐트러짐이 없었던 것은 물론이거니와, 거기에 더해 다섯의 목소리를 하나처럼 느끼도록 만들어 이후에 이어질 곡에 대한 기대감까지 높였다. 그 기대감을 충족시켜주지 못했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났겠지만, 그들은 안정적인 가창력에 한치의 오차도 없는 화음으로 놀라움까지 선사했다. 실로 감탄을 아낄 수가 없었다.
경쾌한 기적소리와 함께 출발한 뽕드림의 트롯 택배 기차는 단 몇 분 만에 엔진을 뜨겁게 달구어 다음 역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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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곡 ‘연하의 남자’의 선두에는 트롯 신동 박성온을 세웠다. 제목을 그대로 반영한 ‘극도의’ 연하의 남자가 아닐 수 없다. 병아리를 연상시키는 노오란 수트를 차려입은 그는 형들 사이에 서 있는 것만으로 마스코트가 되는데, 실력까지 갖추어 보는 이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자그마한 손으로 음악을 표현하는 동작은 또 어떤가. 그저 감탄이다.
지난 1대1 데스매치에서 저보다 어린 동생에게 고배를 마신 박성온은 이번 무대로 그 때의 설욕을 완전히 씻어내고 자신의 존재감을 대중에게 다시 확실히 각인시켰음에 틀림이 없다.
두 명의 상체와 하체를 하나로 합쳐 유니크한 율동으로 웃음을 끌어낸 형들의 서포트도 한몫을 톡톡히 했다. 현장에 있던 마스터, 관객들을 비롯해 집에서 TV로 보던 나와 가족들까지. 모두가 폭소를 금할 수 없었던 현장이었다. (그들은 이때부터 관객을 웃겨 배꼽을 뽑아버리기로 작정한 것이 분명하다.)
뽕드림은 곡 마지막에 다섯이 함께한 마무리로 깔끔한 정리를 마치고 세 번째 곡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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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트롯2에서 초대를 들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상도가 초대를 부를 줄은 더 몰랐다.
90년대를 살았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를 수 없는 전주가 흘렀다. 아름다운 여성 댄서가 무대 위에 등장하며 관객들의 눈이 동그랗게 커지고, 마스터들의 눈도 커지고, 내 눈도 커졌다. 입도 벌어졌던 것 같다. 그야 트롯 경연대회에서 엄정화의 초대를 들을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나.
초대의 선두는 ‘우승부 실력파’ 나상도와 ‘섹시 퍼포먼스돌’ 한태이였다. 이 조합만으로도 신선한데, 댄서와 함께한 그들의 춤사위는 더 신선했다. 한태이는 볼 것도 없이 그냥 초대라는 곡에 딱!! 맞는 가수이고, 나상도는. 흔한 아저씨의 구수한 몸부림으로 관객들의 배꼽을 유혹하기 시작했다.
그를 보는 모두가 비명을 지르며 넘어갔다. 이어진 그의 구수한 창법에는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말 그대로 청국장 같은 ‘초대’는 반전이었으며, 최고였다.
존재 자체가 섹시인 한태이도 여기서 빛을 발했다. 아이돌 활동으로 다져진 춤선과 좔좔 흐르는 색기로 나상도의 구수함과 극도의 대치 구도를 이루어 초대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한태이라는 아이돌이 있는 줄도 몰랐고, 미스터트롯2 1화부터 보면서 이런 출연자가 있는 줄도 몰랐던 나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어 버렸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노오란 13세 연하의 남자가 재등장하며 관객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노래가 아니다. 이번엔 랩이었다. 저와 키를 맞춘 두 형을 대동한 마스코트는 랩 실력도 출중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허를 찌르는 단 한 마디로 그 무대를 보는 모든 관객을 폭소의 구덩이에 풍덩 빠트려 버렸다.
애기의 한 마디로 아름다운 댄서 애기는 청국장과 섹시를 떠났다. 노오란 병아리 애기 오빠의 팔짱을 끼고 그들을 떠나갔다. 세상에.
남자들은 애기에게 애기를 뺏기고 절망했다. 관객들은 웃었다. 지금 글을 쓰면서도 웃긴다. 아니, 어떻게 이런 코믹 뮤지컬 같은 무대를 구성했을까. 박수가 절로 나왔다.
한태이는 물었다. “뺏긴 거야?” 안성훈은 대답했다. “확실해.”
남은 네 형은 절망에 굴하지 않고 남은 초대를 예쁘게 마무리한다. 화면 제일 오른쪽에 선 핑크남의 재킷이 휘날릴 때마다 내 심장이 같이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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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 다음은 얼쑤다. 트롯 택배 기차는 아주 흥겨운 리듬과 춤사위로 관객의 흥을 극한으로 끌어 올렸다. 이미 엔진은 과열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멤버 각자의 가창과 기가 막힌 화음은 흔들림이 없었다. 다섯은 하나가 되어 관객의 귀까지 점령했다. (물론 이전 무대에서도 실력은 내내 안정적이었다. 덕분에 관객은 온전히 그들의 무대에 편안히 집중할 수 있었다.) 달아오를 대로 오른 흥분이 가시질 않았다. 이러다 기차가 탈선하는 게 아닐까 할 정도로 신났다. 그리고 즐겼다.
실컷 웃고 놀았으니 쉴 시간이 필요했다. 기차가 탈선하면 뒤고 뭐고 없으니. 그런 시청자의 마음을 정확히 계산한 듯, 뽕드림은 속도를 늦췄다. 1964년에 발표된 ‘황포돛대’를 부를 사람은 노란 병아리 마스코트 박성온이었다.
이 팀이 박성온이라는 어린 가수 활용을 기가 차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적절한 때에 적절한 역할로. 박성온은 그걸 또 전부 훌륭히 소화해 낸다.
지난 1대1 매치에서는 13살 어린 나이에 너무 어른스러워서 아쉽다는 생각을 했는데, 형들과 함께 한 이번 팀 미션에서는 오히려 그 점이 장점으로 작용했다. 능수능란한 형들 사이에서도 조금도 밀리지 않고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의 가창력과 트롯 특유의 꺾기 기술은 말할 것도 없이 훌륭했다. 과연, 미스트롯1 우승자 송가인을 이긴 실력자 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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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형들이다. 황포돗대를 시원하게 올린 병아리는 잠시 쉬고, 어른의 무대가 열렸다.
시작은 한태이였다. 앞서 보여준 매끄러운 춤선을 한껏 이용해 모나리자라는 곡에 섹시를 가미했다. 뒤를 이은 사람은 꽉찬 감성 샛별 임찬. 나는 이 무대의 베스트를 꼽으라면 임찬을 택하겠다. 목소리의 울림이 원곡자인 조용필 님을 떠오르게 했다. 원곡의 느낌을 가지고 자신의 매력을 한껏 어필한 임찬은 실로 실력자였다.
무엇보다 이 무대가 훌륭하다고 생각했던 건 네 명 각자의 매력과, 또 그들을 하나로 합한 매력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박력 넘치는 무대 매너에 관객은 다시 달아올랐다. 우리 집 거실도 달아올랐다. 아주 후끈, 기차는 마지막 스퍼트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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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고, 화끈하고, 박력 충만한 사랑을 노래한 다섯 남자의 종착지는 ‘즐겁게 살자’였다. ‘인생 뭐 있나 있어, 즐겁게 사는 거지’라는 가사가 이들이 꾸민 무대의 종착지로 아주 적절해서 다 놓고 즐길 수밖에 없었다. 가슴은 흥으로 충만하고, 몸은 절로 흔들리고. 환성은 나오고 손은 자아를 가진 것처럼 마주쳐 소리를 울려댔다.
인생 뭐 있을까. 시간에 지나갈 고민과 절망에 휩쓸려 괴롭다고 뭐가 더 나아지는 것도 아니고. 나를 위해 쓰고, 꾸미고, 즐겁게 살면 그게 행복이지.
다섯 남자, 팀명 뽕드림. 그들의 무대를 보며 시청자인 나는 그저 즐겁고 행복했다. 그거면 됐지. 뭘 더 바랄까.
‘뽕드림’의 무대는 그야말로 완벽했다. ‘팀 메들리’라는 미션의 취지에도 딱 맞았고, 그 속에서 각자의 매력을 극한으로 끌어내었으며, 팀의 매력 역시 최고로 만들었다. 이런 완벽한 무대를 만들기 위해 짧은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여럿의 목소리를 하나로 만들기는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저 같이 부르면 되는 일이 아니다. 시작이 같아야 하고, 끝이 같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섯의 호흡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 호흡을 맞추려면 마음이 맞아야 한다. 하나라도 삐걱거리면 이루어낼 수 없다.
또, 각자의 음성이 적절하게 섞여야만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그들의 ‘블랜딩’은 최고였다. 누구 하나 ‘자신’을 욕심내는 사람이 없었다. 모두가 양보했다는 의미다. 상대를 누르고 내가 올라서야 하는, 나를 뽐내야 하는 경연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걸 해냈다. 둘도 아닌, 다섯이.
그런 의미에서 그들은 진정한 한팀이었다. 진정한 프로였다. 양손의 엄지를 치켜들지 않을 수 없고,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다. 누구 하나 튀거나 뒤처지지 않은 다섯 모두가 주인공이었다.
이 팀을 만든 이는 지난 1대1 데스매치에서 종합 2위라는 쾌거를 이룬 극세사 보이스, 찬물 끼얹기 전문 마스터 이홍기의 원픽(홍기님 저랑 취향이 같으시네요 :) 안성훈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파장이 맞는 사람들을 뽑았을까. 뽑아보니 잘 굴러갔던 걸까. 어쨌든 한데 모인 다섯은 이로서 서로에게 행운이고, 축복이었을 것이다.
‘뽕드림’을 내게 선사해준 리더 안성훈에게 감사를 올린다. 그들을 전파(電波)로 전파(傳播)해 준 방송사에도. 덕분에 지친 내 한 주 동안의 피로가 싹 가셨다. 피로로 찌뿌둥했을 금요일이 행복으로 풍요로워졌다. 지금까지 무대를 선보인 4팀 중에 최고점을 얻었으니, 다음 주까지 쭈욱 1위이기를. 한 사람의 팬으로서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