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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람 Mar 21. 2023

시절인연

인연에도 때가 있다

  사람을 한 번 좋아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연인이든 친구든, 살아오면서 그 어떤 예외도 없었다. 가진 걸 다 퍼줘도 아깝지 않고, 그래서 온 마음을 다해 사랑을 표현했다. 보답같은 건 바라지 않았다. 그저 내가 표현하면 알아주겠거니 하고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러나 관계라는 것이 늘 그렇듯 서로에 대한 마음이 똑같지 않더라.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가며 상처받을 때마다 깨달으면서도 적당히, 라는 것이 쉽지 않다.


  불과 며칠 전이었다. 몇 년 동안 친하게 지내던 동생이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며 관계를 정리하고 떠나갔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라 꽤 큰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아무런 전조현상이라 할 것이 없었기에 놀라기도 했다. 순간 ‘내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널 얼마나 아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만나던 다른 동생도 사실을 알고 놀랐다고 했다.


  사람은 모두 똑같지 않다. 친구끼리도 서로 대화하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모난 곳은 깎아가며 서로를 맞추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서운한 것이 있으면 말로 표현하고, 내가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었다면 사과하고 정정하면 될 일이다. 떠나간 동생은 서운하다거나 어떤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말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고, 내색하지도 않았다. 모르는데 어떻게 깎고 다듬을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아직 그 동생에 대한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관계가 아예 끊어져 버렸으니 앞으로도 아물 일은 없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 퇴색될지언정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 희미한 상처로 남아, 문득 떠오를 때마다 가슴 한구석을 아리게 만들겠지.


  길었던 인연이 갑작스럽게 부러지며 생긴 잔가시들에 찔려 아파하고 있을 때였다. 퇴근길에 틀어놓은 카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귓속을 파고 들었다.     

사람이 떠나간다고
그대여 울지 마세요
오고 감 때가 있으니
미련일랑 두지 마세요


  마치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이후의 가사들도 가슴에 와닿았다. 좋았던 날을 생각하고, 고마운 마음을 간직하며 살아가라고. 음악이 속삭이며 위로했다. 때가 되면 새로운 시절인연이 찾아올 거라고. 그러니 돌아보지 말라고.      


  눈물이 나면서 웃음이 났다. 인연이라는 것이 오래 갈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아는데 억지로 붙잡고 울 필요가 있을까. 내가 붙잡고 있다고 해서 되돌릴 수도 없는데. 그렇다면 웃으며 떠나보내는 것이 그에게, 무엇보다 나에게. 잘하는 일이 아닐까.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고 했다. 인연 역시 때가 다 되어 떠나갔다면, 나타날 때가 되면 찾아올 것이다. 지금껏 그래왔듯이.     


  노래가 끝나갈 즈음 마음은 한결 가벼워져 있었다. 비록 잠시나마 나를 아프게 한 동생이지만, 부디 내가 아닌 더 좋은 친구를 만나 그 사람과 좋은 인연을 이어가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그리고 준비했다. 새로운 시절인연이 찾아왔을 때 더 마음껏, 진심을 다해 사랑할 준비를.


https://youtu.be/nuTPu-dXG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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