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봄
겨울은 길고 봄을 짧다. 봄을 채 만끽하기도 전에 여름을 맞는 것이 이제는 당연하게 느껴진다. 언제부터였을까. 어릴 때 학교에서 배웠던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는 이제 내 나라의 얘기가 아닌 것 같다.
그나마 '봄이구나'를 깨닫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꽃이다. 그 중에도 벚꽃. 제일 눈에 띄게 많기도 하고, 피었을 때의 광경이 멋져 시선이 가는 꽃이라서가 아닐까 싶다. 여하튼, 내가 사는 남쪽 도시에는 이미 벚꽃이 반 이상 졌다. 지난 주. 그러니까 3월 말이 만개했던 시기이다. 어딘가에서는 벚꽃 축제가 열리기도 했다. 달력을 넘겼을 때는 이미 졌다. 지고 있더라. 마지막까지 버텨 보겠다고 남아있던 꽃잎들도 작은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하늘하늘 날려 다닌다.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되는 이유는 여기가 먼저이기 때문이다. 봄이 아래에서부터 올라가며 어딘가에서는 이제 막 피기 시작하는 벚꽃들이 있겠지. 누군가는 그렇게 봄이 왔음을 알겠지. 끝이 아니라 시작이겠지. 그렇게,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