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계 중소기업 VS K중소기업
처음 겪은 회사가 그러했던 덕에, 필자는 K-중소기업 입사 면접 때 들었던 대표이사의 입에 발린 말을 곧이 곧대로 믿었다. 기억나는대로 나열해 보자면 이런 것들이다.
'이전 회사에서 받은 연봉과 직급은 당신이 그만큼의 능력을 보여주었던 모습에 대한 보상일 것이다. 나는 회사가 직원의 능력에 따라 보상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아직 당신의 능력을 보지 못했기에, 초봉부터 그렇게 맞춰줄 수는 없다. 하지만 능력을 보여주는 만큼 급여로 보상할 생각이다. 당신이 이전 회사에서 받았던 직급이나 보수 이상도 가능하다. 또 그렇게 되기를 원한다. 당신의 능력을 보고 싶다.'
정말로 순수하게 믿었고, 자신 있었다. 이미 한 번 해냈던 일을 다시 해내는 일에 불과했으며, 그렇기에 시작부터 열정에 불이 붙어 있었다.
K-중소기업에서 내가 처음 맡은 일은 '지사'라는 이름으로 본사와 차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소매점 판매직이었다. 수주를 받고, 그에 맞춰 자재를 발주, 입고하고 판매 후 관리까지. 사무실 일을 전반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일이었다. 대표는 원래 3명이 있던 지사 사무실 인원 감축을 꾀하며 경력직을 찾고 있었고, 그 기준에 필자가 맞아 떨어져서 채용된 것이라는 사실을 일을 시작하고 난 후에 알게 되었다. 그렇게 필자는 3인이 하던 일을 혼자서 하게 되었다.
J계 중소기업에서 6년을 일하고, 2년이라는 공백 후에 갖게 된 두 번째 직장에서 측정된 초봉은 성과급 포함 2400만원이었다. 첫 회사의 입사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하는 일이 그보다 간단했고, 이후에 보여주는 능력으로 보수는 얼마든지 점핑할 수 있다는 대표의 말이 있었기에 성실하게 일했다. 소매점이라는 이유로 토요일에도 영업장을 열어야 했고, 공휴일도 쉬지 않았다.
공휴일에도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은 입사하고 첫 공휴일을 맞았을 때에나 알게 되었다. 이런 중요한 내용을 면접 당시에도 공지하지 않고, 입사하고 월급을 받고 있는 중에도 말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으나. 이미 입사 첫날부터 직원을 대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는 회사임을 감지했기에 이 역시 그 일환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어쩌겠는가. K-중소기업에서 작성하는 근로계약서의 갑을관계는 대한민국 사회에 팽배해 있는 '갑'의 행태와 '을'의 태도를 그대로 반영하고 또 강요하고 있었으니 따를 수밖에.
남은 것은 보상에 대한 기대뿐이었다. 그래서 조금 불편한 부분에는 눈을 감고 일만 열심히 하자 다짐했다. 실제로 열심히 했다. 초반 한 달동안 필자 이전에 근무했던,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직원들이 손도 대지 않고 내버려둔 미수금까지 철저히 챙겨 필자의 월급에 몇 배가 되는 돈을 거둬들일 정도였다.
영업장을 찾는 손님들은 하나같이 "너무 좋은 직원이 들어왔다."는 칭찬 일색이었다. 친절하고자 했기에, 성질 같았으면 안 팔아도 되니 당장 나가라고 하고 싶은 손님들에게까지 웃음을 팔며 회사의 수익을 위해 정성을 들였다.
적자만 보고 있던 영업장 수익을 흑자로 바꾸었다. 받는 월급의 스무 배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고 그만큼 수익도 내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매출과 수익이 늘어갈수록 필자가 하는 일은 많아지는데 보상은 그대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