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계 중소기업 VS K중소기업
필자가 J계 중소기업에 정식으로 입사하며 제시받은 성과급 제외 연봉은 약 2천만원이었다. 약 15년 전. 대학 중퇴라는, 또래 대한민국 청년들에 비해 짧은 학력을 보유하고 있는 20대 초반 여성 초봉으로는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어서. 필자는 흔쾌히 OK하고 연봉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첫 월급이 은행에 꽂혔을 때 일본 관광 가이드 준비를 하며 알바를 전전하던 때에 비하면 2배 가까운 금액을 보고 기뻐서 가족들에게 한 턱 거나하게 대접할 수도 있었던 돈이었다. 적은 돈 벌어 혼자 쓰기에 급급했던 장녀가 제대로 된 월급을 받고 베풀 줄 알게 되었다고 부모님이 기뻐하셨던 기억이 생생하다.
열심히 일한 보상에 들떠 더 열심히 일했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발생했다.
입사한지 3개월만에 연봉이 600만원이나 점핑한 것이다.
순수하게 기뻤다. 필자가 하는 일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보수를 책정해 주는 회사가 대단해 보였다. 그런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필자 스스로가 대견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회사가 주는 보수에 적절한 노동을 제공해주고 있는지 우려스럽기도 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일했다. 보수에 버금가는 성과를 내기 위해. 선박에 일이 터지면 밤중에도 전화를 받고 돌리고, 남은 업무를 다음으로 미루지 않으려 새벽까지 회사에 있는 날도 허다해졌다.
그런 일이 반복되니 계속 보수가 늘어났다. 입사한지 채 2년이 되지 않았을 무렵, 필자의 연봉은 4천을 뛰어 넘어 있었다.
J계 중소기업은 성과급 지급에도 주저한 적이 없었다. T회장을 모시고 타 지방이나 해외 출장을 갈 때면 회장 개인이 지급하는 용돈같은 금일봉에 회사 자체에서도 50만원, 100만원씩 성과급이 나왔다.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보수'는 이 일을 해야 하는 이유가 되고 동기가 되기도 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J계 중소기업의 수장이었던 T회장이 그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점핑하는 연봉과 성과급이 그것만을 위해서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었다. 그 안에는 회사가 직원의 능력을 평가하고 그에 맞는 보상을 하는 기업의 기본적인 책임이 적절히 깔려 있었으므로. 보상을 적절하게 하면서 조금의 인센티브를 얹어 직원의 애사심을 올리고 자신의 업무에 대한 동기부여까지 잘 계산하는 영리함을 갖추었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회사의 취지에 맞게, 보상으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한 필자는 회사 일이라면 발벗고 나서는 성실한 직원이 되었다. 주어진 업무는 실수 없이 철저히 하려 노력했고, 꼭 내 일이 아니더라도 빈 곳이 보이면 나서서 내 일로 만들어 해결하는 적극성마저 장착했다.
일하는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필자가 그 회사의 일원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T회장이 병환으로 돌아가시고 경영권이 타인에게 넘어가 퇴사하는 날까지, 필자는 한 번도 그 회사의 직원이었던 일을 후회한 적이 없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J계 중소기업은 그렇게 직원을 고취시킬 줄 아는 현명한 회사였다.
처음 겪은 회사가 그러했던 덕에, 필자는 K-중소기업 입사 면접 때 들었던 대표이사의 입에 발린 말을 곧이 곧대로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