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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람 Dec 08. 2023

선명한 사랑이 담겨 내게로 왔다

고수리 교수님의 『선명한 사랑』

11월 중순의 일이다. 지난 여름을 다 바쳐 완성한 웹소설이 무사히 출간되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던 날. 여유를 만끽하며 읽을 책이 뭐가 있을까 인터넷 서점을 돌아다니다 익숙한 이름을 발견했다. '고수리'. 세종사이버대학교에서 글을 배우며 알게 된 작가 교수님의 성함이었다.


이름 다음에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선명한 샛노랑 바탕에 정겨운 분위기의 선화가 그려진 표지였다. 곧바로 책을 클릭해 상세 내용을 확인했다. 딱 6일 전, 11월 10일에 발매된 따끈따끈한 신간이었다.


고수리 교수님의 최신간. 그 정보만으로도 구매버튼을 누르기에 충분했는데, '작가 친필 사인본'이라는 이벤트가 당장 책을 사지 않고 버티지 못하게 만들었다.


존경하는 교수님의 친필 사인본 책이라니. 수도에서 먼 지방에 사는 바람에 교수님을 실제로 뵌 적이 한 번도 없는 비루한 학생에게는 영광스러운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떨리는 손을 다독여가며 결제를 끝낸 다음 날, 책은 총알보다 빠른 대한민국의 택배 차에 실려 우리 집 문앞에 도착했다. 포장을 뜯어 책을 꺼내 제일 먼저 확인한 것은 교수님의 '친필 사인'이었다.

'선명한 사랑을 담아 - 고수리'. 정갈하게 적힌 사인을 마주하니 마치 교수님을 만난 것마냥 감격이 차올랐다. 이게 우리 교수님 친필 사인이라고 가족들에게 자랑도 했다. 그리고 책을 덮었다. 저녁 식사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저녁 먹고 읽어야지 했는데, 못 읽었다. 내일 읽어야지 했는데, 못 읽었다. 선명한 샛노랑 표지의 책은 책상 위에 놓인 채 더 급한 일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자꾸자꾸 밀려났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꽉 채운 3주를 하루 남긴 오늘. 이번 학기 가장 힘들었던 과제를 끝낸 나에게 선사하는 선물같은 마음으로 『선명한 사랑』을 손에 들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한 문장, 한 문장. 한 단어, 단어마다 꼭꼭 담은 교수님의 마음이 눈을 통해 가슴으로 스며들었다. '맞아, 이게 고수리 교수님의 글이지.' 잠시 잊고 지냈던 교수님의 포근한 음성과 모니터 화면 너머까지 전해져오던 따스함이 되살아났다. 쓰면서 쏟아내기만 하기를 수 일, 그간 깡그리 비어버린 속이 교수님의 언어로 차곡차곡 채워지기 시작했다.


오른손으로 넘긴 책장을 왼손이 넘겨받기를 27번, 딱 51페이지를 마쳤을 때. 유리 컵에 느리게 담긴 물이 찰랑찰랑 차올라 어느새 넘쳐버리는 순간처럼. 마음이 넘쳐 뺨을 타고 흘렀다. 넘치다 못해 턱 밑으로 뚝뚝 떨어지는 마음을 추스리느라 52페이지로 넘어가지 못하고 책을 덮으면서, 이 책 제목이 왜 '선명한 사랑'일 수밖에 없었는지를 깨달았다.


글은 작가의 어떤 것을 담는다. 그 어떤 것이 지식일 수도 있고, 지혜일 수도 있다. 용기이거나 재미일 때도 있다. 분노와 원망일 수도 있다. 그 중 고수리 교수님이 담아내는 것은 '다정'과 '사랑'이라고 감히 자신할 수 있다. 단 51페이지만큼의 글로 누군가를 넘치도록 채우는 일은 다정함과 사랑이 아니고서는 해낼 수 없는 일이다. 그만큼 '선명한 사랑'이 이 책 속에는 담겨 있었다.


그러므로 책만으로도 충분했을텐데. 교수님께서는 친히 펜을 쥐어 선명한 사랑을 더 얹어 주셨다. 어디에 사는 누군지도 모를 독자이자 제자인 한 사람에게.


그렇게 책 한 권에 담긴 선명한 사랑이, 내게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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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건 크게 한 번 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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