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지도(変な地図)》(우케츠(雨穴), 双葉社, 2025)
며칠 전, 유튜브를 보다가 반가운 소식을 발견했다. 좋아하는 일본 괴담 유튜버 우케츠(雨穴) 채널의 새 동영상 업로드 썸네일이었다. 10개월 전 올라온 영상을 본 이후에도 종종 생각 나서 들어갈 때마다 조용해서 이제 유튜브 안 하는 건가 하고 아쉬워하고 있던 차라 1시간 44분짜리 영상(우케츠 작품 중 제일 유명한 [이상한 집]의 완전판)을 멈추지 않고 끝까지 보았다.
https://youtu.be/uY4uM-QAigA?si=vsumGWbYNanZnx6_
우케츠는 우케츠였다. 집중도는 물론이거니와 재미까지 쏠쏠해서 며칠간 머릿속에서 되짚고 되짚고 있는데 웬걸, 새 영상이 또!!! 올라왔더라.
https://youtu.be/mMuKfJVXUyA?si=PDp40oh6MJ4MFZ6U
[이상한 집]이 소설로 출간된 이후 일본뿐만이 아니라 세계에 번역본까지 출간하며 인터뷰도 하고 바쁜 와중에 영상을 또 올려주다니 흑흑(ㅠㅠ). 감동하면서 열심히 봤다. 22분 49초짜리 영상은 이번에 새로 출간되는 [이상한 지도]의 예고편이었다.
주인공이 우케츠 유튜브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두 팔 들고 환영할 ‘쿠리하라 상’이라는 희소식에 고조되어 발매일이 되자마자 킨들로 구매하고 읽기 시작했다.
역시나 우케츠는 우케츠였다. 처음부터 독자를 이야기의 중심 수수께끼에 처박고 시작하는 스킬은 여전했고, 기꺼이 바닥까지 처박혀서 시간 날 때마다 페화를 켰더랬다. 업무 시간을 포함한 모든 일상 중에도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수수께끼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끝까지 읽는 수밖에 없는 게 또 우케츠의 세계관이기에.
오랜만에 책 속에 빠져 사는 3일을 보내고 아쉬운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극심한 아쉬움을 맛보았다.
과연 우케츠는 우케츠였다. 어린 시절따위는 없을 것만 같았던 쿠리하라의 유년기를 독자의 가슴에 절대 빠질 수 없는 연민과 슬픔으로 못박아 버렸다. 쿠리하라는 여전히 쿠리하라지만, 유년기의 상처까지 알아버린 쿠리하라는 이제 새로운 쿠리하라로서 독자를 빨아들일 것이 틀림없어져 버린 한 권이었다.
「だがときどき……たとえば、母の匂いを思い出したとき。そして、その匂いは二度とかげないという事実の恐ろしさに震えたとき。心の奥底から、誰かが這い出てくるのを感じた。」
(그러나 가끔……예를 들면, 엄마의 냄새를 떠올렸을 때. 그리고, 그 냄새는 두번 다시 맡을 수 없다는 사실의 무서움에 떨렸을 때. 가슴 깊이에서, 누군가가 기어나오는 것을 느꼈다.)
감정과 공감에 둔한 쿠리하라가 엄마의 빈자리에 공포를 실감하는 문장은 지금 봐도 가슴 한구석이 아리다.
엄마에게서 물려받은 지식욕은 그대로 쿠리하라의 정체성이 되어 버렸다. 엄마의 지식욕은 또 어디에서 온 건지도, 이 책의 큰 주제로서 내용 전반에 깔려 있다. 책 속 내용 어디를 얘기하더라도 스포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말할 수는 없지만 많은 것이 채워지고 해결된 한 권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말로 무슨 얘기를 해도 스포가 되어 버리는 것이 또 우케츠의 책이다. 어디를 발췌해도 그에 대한 설명이 따라나와야 하고, 그러면 더 깊은 스포일러가 되고.
그래서 우케츠 책은 서평 쓰기가 굉장히 애매하다. 우케츠의 이야기를 사랑하는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 세계를 책이나 그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이야기 자체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도 커서. 그저 괴담과 수수께끼를 좋아하신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라, 추천할 뿐이다.
‘억측(臆測)’
이유와 근거가 없이 짐작함. 또는 그런 짐작.
꼭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을 들자면, ‘억측’이라는 단어다.
우케츠의 세계관에 절대 없어서는 안 될 단어이며, 이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심이 되는 단어이자, 사람들이 우케츠를 꺼리게 만드는 단어이기도 하다.
우케츠 이야기는 억측으로 시작해서 억측으로 끝난다.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억측의 매력에 빠져 있고, 그를 싫어하는 사람은 이 억측에 공감할 수 없어서이다. 억측 자체가 워낙 극단적인 데다 이 억측에 대한 평가도 극단적이어서 호불호가 심하다. 그러나 마음을 열어 억측에 빠져들면 이 억측을 말이 되게, 아주 그럴싸하게, 핍진성을 만들어 엮어나가는 우케츠의 스킬이 매우 탁월해서 감탄할 수밖에 없게 된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 아니, 어떻게 이거랑 이걸 엮지?’
이야기를 짓는 사람으로서, 우케츠의 머릿속 루트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 궁금해 미치게 만드는 묘미의 중독성은 말로 다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할머니의 옛 지도, 요괴의 정체, 잊혀진 폐집락의 역사, 터널 속 의문의 죽음……. 전혀 관련 없어보이는 각각의 사건이 하나로 연결되어가는 매 순간의 짜릿한 쾌감과 등골이 서늘해지는 전율이 선사하는 도파민에 빠져보고 싶다면, 망설임 없이 이 책을 선택하시길 추천한다. 단, 이 모든 것이 ‘억측’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일본 아마존 원서로 한글 번역본은 아직 출간되지 않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