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은 처음이지만, 잘 키워보고 싶어
나는 손재주가 정말 없는 편이다. 손으로 글씨 쓰는 것 외에 잘하는 게 없다고 해야 할 정도인데. 대바늘 뜨개질을 할 기회가 생겨서 초등학교 5학년 실과 시간 이후로 처음으로 대바늘 뜨개질을 해봤다. 초등학생 때도 엄마가 대신 목도리를 떠주셔서 사실상 이번에 하는 게 진짜 처음으로 대바늘 뜨개질이었다.
처음에는 엄마한테 선물로 드릴 생각으로 뜨개질을 시작했다. 사람이 목에 두르고 감고 할 정도의 양이 되려면 털실이 6~7 뭉치는 필요했다. 처음에는 속도가 안 나고, 어색하고, 코를 빠뜨리기도 하고 하면서 풀고 다시 뜨개질하면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 엄마께 드릴 목도리를 뜨기까지 한 달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너무 늦어져서 선물이 늦진 않을까 하는 마음에 걱정이었는데, 다행히도 뜨개질을 10월쯤 시작하여 11월 중순이 넘어서야 완성할 수 있었다.
나는 목도리를 완성하자마자 엄마께 목도리를 드렸다. "이거 내가 뜬 거야!"라고 신나 하면서 엄마께 선물을 드렸는데... 엄마의 알레르기는 생각하지 못했다. 목도리를 하고 나서 엄마의 목에 알레르기가 올라오고 말았다. 붉게 올라오고 간지러워서 계속 긁으셨다.
'목도리를 선물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하고 후회가 되었다. 목도리를 버리기엔 아까워서 동생한테라도 하고 다니라고 했으나, 동생은 목도리가 갑갑해서 싫다고 했다. 결국 내가 뜬 목도리는 나에게 주는 셀프 선물이 되었다.
처음 목도리 뜨기를 할 때 겉뜨기, 안뜨기를 했는데. 청록색이라는 평범하고 어두운 색을 선택해서 조금 더 밝고 귀여운 색으로 목도리를 떠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밝고 귀여운 색은 송이한테 해주면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에 분홍색과 노란색 털실을 더 사 왔다.
송이는 분홍색, 노란색 목도리를 떠주고 싶다는 생각에 코를 작게 잡아서 송이 목에 두를 수 있을 정도로 떴다. 그리고 청록색 목도리가 두껍고 무거워서 조금 더 가볍게 하고 다닐 수 있을 갈색 목도리도 하나 더 떴다. 뜨다 보니 속도도 점점 빨라졌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해서 뜰 수 있었다. 다른 잡념이 안 들면서 누군가에게 선물해 주고 추억을 만들 수 있다는 게 목도리 뜨기의 큰 장점인 것 같았다.
사람 목도리를 뜨다가 송이 목도리를 뜨니까 금방 뜰 수 있었다. 송이 목도리 제작 기간은 일주일도 안 걸렸다. 목도리 길이가 한 뺨 정도밖에 안 되는 것과 손에 익어서 빠르게 할 수 있어서 기간이 얼마 안 걸렸던 것 같다.
"송이야 이거 해보자!" 목도리를 완성할 때마다 송이에게 둘러줬다.
그냥 둘러줬을 때는 목도리가 흘러내려서 둘러주고 나서 한 번 묶어줬다. 그랬더니 흘러내리지도 않고 잘 어울렸다. 길이도 넉넉해서 묶어주고도 여유가 남았다. 다행히 옷 입어도 고장 나지 않는 댕댕이인 송이는 목도리를 둘러도 고장 나지 않았다.
송이의 목도리 중 하나는 송이가 하고 다른 하나는 사촌동생네 비숑인 봄이한테 주게 되었다. 봄이가 집에 놀러 왔을 때 송이가 목도리를 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본 사촌동생이 봄이 것도 하나 달라고 하여 분홍색은 송이 목도리, 노란색은 봄이 목도리가 되었다.
아쉽게도 목도리는 '실내용'이 되어 버렸다. 산책할 때나 외부에 나갈 때 하기에는 송이의 키가 작아서 목도리가 바닥에 끌리거나 움직일 때마다 자꾸 돌아갔다. 하는 수 없이 집에서 가끔씩 둘러주는 실내용 목도리로 사용하게 되었지만, 귀여운 송이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