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단체에서 일하기
스타트업은 어디든 힘든 게 마찬가지다. 체계가 잡혀 있지 않고, 이제 막 시작한 곳이라서 재정상태가 좋지 못하고, 직원도 수시로 바뀐다. 여러 이유들이 있었지만 전공을 살리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버티기에는 딜레마에 부딪히거나 고민하게 되는 순간들이 꽤나 많았다.
일단 첫 번째는 사무용품이 넉넉하지 않아서 내 사무용품을 내 사비로 준비해서 다녀야 했다.
컴퓨터가 없어서 내 개인 노트북을 들고 다니는 것도 물론 한몫했다.
거기에다가 센터 자체에서도 없는 것들이 많아서(이용인들이 필요로 하거나 좋아하는 것들..) 지원사들이 당근으로 구해오거나, 사비로 구입하거나, 어디서 기부받아와야 하는 경우들도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프로포절을 써서 받아오느냐? 그건 또 아니다. 신생 단체다 보니 프로포절을 쓸 수도 없을뿐더러(2년 이상 운영한 후에야 프로포절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이렇게 작은 데다가 법인도 아닌 곳은 프로포절을 써도..... 사업을 따내기가 쉽지 않았을 거다.
2년이 지난 후에도 프로포절을 쓸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다른 곳들은 어떻게든 프로포절을 쓰게 하고, 사업을 따낼 수 있도록 하고, 이것저것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데 그런 점이 너무 부실, 부족했다.
임금체불은 기본이었는데. 수당뿐만 아니라 시간 외 수당도 물론 없었다. 갑자기 송영을 해야 한다고 퇴근 시간을 3~40분씩 더 늦게 가게 하면서 그에 따른 수당도 없고, 회의를 한다고 매주 3~4시간씩 늦게 퇴근하는 게 당연시되었다.
그리고 법인 차량이 아니라서 교통사고가 난 것이나 신호 위반 등 딱지 끊긴 경우 직원이 돈을 내야 했다.
거기에다가 최중증이 많아서 역차별의 문제를 겪게 되는 경우들도 있었다. 나는 꼬집히고 머리채 잡히고 맞고, 내 물건을 집어던지고 망가뜨려도 이용인이기 때문에, 장애 특성이 그렇기 때문에 그저 맞고 잡혀야만 했다. 이에 따른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지원사들이 위험하다고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선생님은 결국 퇴사하셨고(이것도 참.. 과정이 그랬다. 이 일은 이 선생님께서 퇴사한 후에도 다른 선생님께서 이야기하고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이후에도 지원사들의 안전 보장은 없었다. 이건 이용인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괜찮냐? 많이 놀랐냐? 물어보고 다독이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심지어 특강으로 왔던 외부강사가 도전적 행동에 대해 어떻게 스스로를 지키면서 일할 수 있는지 강의를 해줬던 적이 있었는데 그것에 대해 센터장은 아주 부정적인 시선이었다.
그전부터 최중증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최중증은 장애를 2가지 이상(말을 못 하거나 움직임에 어려움이 있거나 등) 가지고 있거나 일상생활이 거의 안 되거나(혼자 양치, 옷 갈아입기 등도 어려워하는 경우) 자해, 타해, 기물파손 등의 어려움을 같이 가지고 있는 경우이다. 초반에 있던 3명이 다 최중증이라고 했는데 자해, 타해에 기물파손.... 그것도 성인 어른의 몸으로 그러니 더 파급력이 강했다.
키가 170~190 정도에 체격도 좋은 남자의 몸으로 어린아이의 행동(이라고 하기엔 격하 긴 하다)을 하는데 그걸 지켜만 보기에는 자해의 경우 이용인이 다칠 수 있어서 제지해야 하는 경우들도 있다. 190에 다라는 남자가 교차로 한가운데 앉아서 울고불고하거나 머리채를 잡는다고 상상해 보면 얼마나 일하기 어렵고 난감할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직원들의 이런 노고는 인정은커녕 회의 시간에 cctv를 보면서 이용인이 왜 저렇게 한 것 같냐, 행정 업무를 이용인 있을 때 하지 말라(이러면 퇴근 후에 하거나 이용인들이 다 가고 나서 해야 하는데. 그럼 오후 8~10시까지 업무 하느라 바쁘다. 이것 또한 시간 외 수당은 없다. 저녁 한 끼 사주는 거? 그런 것도 없다. 냉장고에 넣어둔 내 개인 음료나 간식을 누가 훔쳐 먹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지원사가 이걸 잘못해서, 이걸 못해서 이용인이 저런 거다. 식으로 추궁하고 꾸지람을 듣는 회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얼마나 일해야 할까?를 생각할 때마다 암담했다. 하지만 사내연애와 여기 있는 동안 이걸 다른 곳에서 경력이랍시고 이력서라도 내볼 수 있겠지 라는 생각으로 버텼다. 또한 여기 있는 2년 동안 요양보호사와 청소년상담사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격을 더 갖췄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고 스스로 굳게 믿을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가 법인이 아닌 사회복지시설에 입사한다고 하면 난 말릴 것이다. 취업이 잘 안 되더라도 꼭 법인으로 가거나 스펙을 더 쌓아서 좋은 곳으로 가라고 할 거다.. 왜 어른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하시는 건지, 더 좋은 직장을 가라고 하시는 건지 여기를 다니면서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