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단체에서 일하기
비영리단체에서 일할 때 가장 충격이었던 것은 컴퓨터가 없었다. 개인 노트북을 들고 다녀야 했고, 노트북을 들고 다니고 부딪히고, 이용인들이 노트북으로 뭐하는지 쳐다보고, 노트북에 있는 걸 마음대로 지우거나 자신이 가지고 가서 쓰기도 했다. 그런 덕에 망가지기 일쑤였다.
한 번은 이용인이 한 선생님의 노트북을 집어던져서 고장 난 적도 있었고, 오죽했으면 퇴사하는 선생님께서 노트북을 기부하고 가기도 했다. 비영리단체의 특징이라고 해야 하나 예산은 보통 '국고보조금'으로 운영이 되는데. 내가 입사한 곳은 국고보조금도 없이 '바우처' 수입만으로 운영하는 곳이었다. 법인도 아니라서 나중에 경력 인정에 대한 문제도 있었고, 회사 홈페이지랄 것도 따로 없었다. 센터장이 운영하는 블로그와 네이버 밴드가 유일한 홈페이지였다.
"형편이 나아지면 더 챙겨줘야지."
센터장이 늘 하는 말이었다. 그 형편이 언제 나아지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이런 기관에서 2년 동안 근무했는데 근무하는 동안 형편이 나아지면 노래방 반주기를 사지 않나, 다른 차를 렌트해오질 않나. 직원을 먼저 챙기겠다고 했던 말은 그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컴퓨터도 다른 곳에서 받아왔다고 한 것을 직원들에게 주지 않아서(본체만 있어서 모니터랑 마우스랑 사야 한다더라..) 노트북을 계속 들고 다녀야 했고, 퇴사하는 선생님께서 주고 가신 노트북도 본인과 와이프가 사용했으며, 새로 사 온 오븐기도 본인 집에 가져다 놓기도 했다. 그러고 요리 활동을 할 때나 필요할 때 가지고 오겠다니.. 기관에서 사용하라고 준 것들이 개인소유가 되는 게 당연시되는 것 같기도 했다.
다른 스타트업도 마찬가지였지만 '갖춰져 있는 게 얼마 없어서' 직원들이 사 와서 사용하거나 개인 걸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임금체불의 문제는 끝이 없었다. 먼저 입사한 선생님들도 제대로 수당을 지급받지 못했고,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 후에 재계약 시즌이 되자 얼렁뚱땅 수당 금액을 줄이고 "여기에 사인하면 된다."라고만 하고 얼른 계약서에 사인하고 나서 직인을 찍고 줘버리고 끝이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더라. 나중에 퇴사하고 나서 노동청에 신고하면 된다고? 그건 정말 단순하고 순진한 소리다.
경북에서 잔뼈가 굵은 센터장은 다른 선생님이 이직할 때 이 센터에 전화해보기도 했고, 앞에서나 다른 직원들과 이야기할 때, 외부에서 이야기할 때는 "이런 직원 없다."라고 하고 뒤로는 많이 달랐다. 사람이 한결같을 순 없지만 이렇게나 다를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르쇠에다가, 심지어 이간질하는 경우도 있었다. 내가 들은 것들 중 하나는 "네가 안 하면 쟤한테 시킬 거다."였는데 그 대상이 전 편에서 이야기했던 최중증 중에 최중증을 맡은 선임 선생님이었다.
이런 직장을 2년이나 왜 다녔냐고? 일단은 법인이 아니어도 경력을 쌓는 게 먼저다!라는 생각과 이 직장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서 2년이라는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사내연애를 할 수 있는 경우가 거의 없고, 여기서 퇴사하면 같은 직장에 들어가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했고, 남편이랑 같이 다른 자격증도 더 취득하면서 이직을 천천히 준비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2년을 버티자는 약속을 지키고, 재직하는 2년 동안 국가자격증을 더 취득하면서 이직을 준비할 수 있었다.
아, 내가 "쟤한테 시킨다."라고 했을 때 "그럼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이야기했던 건. 그 선임 선생님이 내 남편이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