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언어가 달라서

반려동물은 처음이지만, 잘 키워보고 싶어

by 채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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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는 밤과 새벽 사이에 자다가 깨서 낑낑거렸고, 앞발로 이불이나 가족들의 팔과 다리를 긁었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갑자기 멈춰 서서 갸우뚱거리면서 쳐다보기도 했다.

처음에는 뭐 때문에 그러는지 알 수 없어서 "송이가 왜 그러지?"라고 생각했다. 송이의 언어를 알아듣기 위해서 온 가족이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 봤으나 알 수 없었다. 조금 더 시간이 쌓이고, 서로의 언어가 무슨 뜻인지 대략 알아들을 수 있을 때쯤에서야 대화가 되는 것 같았다.


자다가 낑낑거리는 건 뭔가가 불편하다는 신호였고, 앞발로 긁는 건 자신이 불편한 걸 알아달라는 뜻 같았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다른 걸 하다가 갸우뚱하는 행동은 '이게 뭐지?' 하는 궁금증의 표시였다. 송이가 어릴 때는 갸우뚱하는 횟수가 많았지만, 커갈수록 여러 소리를 듣고 보면서 점차 갸우뚱하는 횟수가 줄어갔다. 아기 강아지일 때만 볼 수 있는 모습이라는 걸 그때는 알지 못했다. 진작 알았더라면 더 많이 찍어뒀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아직도 가득하다.



이렇게 낑낑거리거나 앞발로 긁고, 갸우뚱하는 것 외에도 송이는 다양한 표현을 했다. 산책 갔을 때 한 자리에서 계속 냄새를 맡아서 가자고 목줄을 당겨도 오지 않았다. 같은 자리 냄새를 맡고 그 주변을 천천히 걸으면서 냄새를 맡아서 "빨리 가자 송이야."라고 이야기하고 목줄을 잡아당기기만 했다. 그러다가 문득 이 한 뺨도 안 되는 작은 강아지가 사람이 당기는 목줄을 버티는 게 얼마나 아프고 힘들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로는 "송이야 가자."라고 이야기만 해주고, 송이가 냄새를 다 맡고 출발할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강아지는 냄새를 맡으면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하여 송이의 스트레스 해소 시간을 방해한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산책이 힘들어도 헥헥거리면서 돌아다니다가 갑자기 자리에 주저앉았던 적이 있었다. 너무 덥고 힘들어서 송이가 쓰러지는 건 아닌지 걱정하면서 한참을 지켜봤는데. 주저앉았던 건 '힘들어서 쉬고 싶다.'라는 뜻도 있었지만, '주저앉으면 안고 집까지 가준다.'라는 걸 알게 된 아기 강아지는 주인이 안고 집까지 데려다주길 기다린 거였다.



나는 아직도 송이의 언어들 중에 못 알아듣는 것들이 있다. 목욕하고 나온 후에 엄청난 속도로 뛰어와서 이불에 얼굴을 묻고 앞발로 이불을 마구잡이로 파내곤 하는데. 목욕하면서 귀에 물이 들어가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 얼마 전에 알게 된 사실인데 강아지는 목욕 후에 털을 말리기 위해 몸을 털기도 하지만, 샴푸 냄새 때문에 자신의 체취가 안 나서 그러기도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견생이 벌써 8년이나 된 송이, 아직도 언니랑 엄마, 오빠가 못 알아듣는 것들이 있어서 답답할 텐데도 잘 따라주고, 기다려주고, 다시 이야기해 주는 우리 기특한 막둥이. 서로의 언어가 다르지만,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지금처럼 아니 지금보다 더 깊어지도록 남은 견생도 우리 가족으로 행복하게 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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