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서점 주인의 일상3.
건강이 최고다.
건강은 최고다.
건강... 정말 중요하다.
갑자기 흔해빠진 말을 반복적으로 하는 건 요즘 내 머리를 지배하는 생각이 바로 이 문장이기 때문이다. 건강이 최고다.
무엇이든 없어봐야 소중함을 알게 된다고 했던가? 나는 요즘 아프고, 그래서 힘들고, 그래서 또 다시 출근을 띄엄띄엄하며 놀았다.
나는 양치기소녀다. 앞에서 쌓아놓은 신뢰가 없기 때문에 진짜 아파서 출근을 잘 못하는건데 이전과 다를바 없이 생활하는 걸로 인식된다. 진짜 아파서 쉬는 건데 그냥 놀고 싶어서, 쉬고 싶어서 쉬는 줄 안다.
여러분, 오해입니다.
2023년 말에 교통사고가 났다. 약 세 달 전이다. 혹시 교통사고라는 단어에 큰 사고를 떠올리고 놀랄 누군가를 생각해서 부연 설명하자면 단순 접촉사고다. 연말프리마켓을 준비하던 시기였다. 이상하게 마음이 바빠 평소답지 않게 일찍 출근한 날, 의욕만큼 따라주지 않는 컨디션 탓에 퇴근시간이 한참 남았는데 체력이 바닥났다.
점심식사도 할겸 집에서 잠시 쉬다 올까? 갑자기 집에 가야겠다 싶어서, 차에 시동을 걸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다다를 무렵 사고가 난 것이다. 아, 그냥 서점 근처에서 점심 사먹고 차에서 쉴걸. 평소 루틴과 다르게 움직이다가 난 사고라 괜히 후회 비슷한 감정이 올라왔다.
처음에는 당황했고 이거 참 귀찮게 됐다는 생각만 들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아파왔다. 병원을 갈까말까 고민하던 수준의 통증은 입원을 고려해야 할 수준까지 올라왔다. 결국 입원생활을 2주 했고 퇴원을 하고도 통증이 심상치 않아 1개월을 쉬었다. 출근을 할 수가 없었다.
"본인 목디스크 있는 거 알고 있었어요?"
엠알아이 촬영 후 진료실에 들어갔을 때 의사선생님이 던진 첫마디다.
"네? 아뇨?"
나는 근 2년간 꾸준히 운동하여 몸이 점점 튼튼해졌고, 목통증은 딱히 겪은 적이 없다. 근골격계 상태가 예전부터 바르고 곧고 건강한편은 아니었지만 통증때문에 병원에 간건 무려 10여년 전이다. 그런데 내가 목디스크라고?
"교통사고 때문에 갑자기 발생한건 아닙니다. 퇴행성으로 원래 가지고 있던 질병이 사고로 인해 부각되었다고 보면 됩니다."
억울했다. 마치 내 몸이 원래 건강하지 않았기에 이렇게 아픈 거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아서. 나는 태어나서 이렇게까지 몸이 아파본적이 없다. 겉으로 보여지는 교통사고의 강도 자체는 높지 않았지만 내 몸이 받은 충격은 상당했던 거라고 생각한다. 사고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아플 일도 없었을텐데.
교통사고 환자는 서럽다. 100대 0(내가 무과실)이라 자비를 전혀 들이지 않고 자동차보험으로 치료받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어느정도 치료기간이 지나면 병원에서 반기지 않는다. 솔직히 꺼린다. 보험사에서 지급되는 금액이 제한적이라서 그렇다고 한다.
그 제한의 기준은 심평원(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담당하는데, 사고의 경중과 부상의 정도를 보고 지급이 정당하다고 판단되는 범위 내에서 정해진다나 뭐라나.
상세한 기준이야 알 수 없는 일이고, 문제는 이렇게 아픈데 경상환자라는 이유로 치료 받을 수 있는 횟수와 범위가 줄고 있다는 사실이다. 원래도 제한적이었는데 점점 더 제한이 심해지고 있다. 그래서 병원 다니기가 점점 불편해지고 있지만 내가 정말 경상이 맞나 싶을 정도로 통증이 오래가니 섣불리 합의를 할 수도 없다. 괴롭다.
제목을 적을 때만 해도 건강이 최고라는 말에 대한 생각을 쓰고자 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신세한탄 같은 글이 되었을까. 실시간으로 괴롭도록 아파서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해본다.
잃어봐야 진심으로 알게되는 소중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 건강이 최고라는 말이 뻔하게 들린다면 건강을 잃어보지 않은 사람일거라는 이야기를 하려 했다. 사실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 어쩌다 아파도 금방 괜찮아지는 수준이었으니 건강이 최고라고 말은 하면서도 반쯤은 타성에 젖어 내뱉는 말이었다.
진심을 담아 말하고 싶다. 건강이 최고다. 사고발생일로부터 약 3개월이 지났다. 이틀있으면 만 3개월이다. 아직도 많이 아프고 괴롭다. 지금 아프지 않은 상태에 있다면 굉장히 감사한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프지 않은 상태로 존재한다는 건 정말 축복이다.
축복을 받고 있을 때는 축복인지 몰라서 축복을 누리지 못하고, 축복을 못받을 때는 축복이 그립지만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언젠가 다 나으면 꼭 기억하고 싶다. 지금 이 생각을. 아프지만 않아도 엄청난 축복이라고 생각하는 이 투명한 진심을.
건강이 당연하다는 자만에 빠질 때마다 이 글을 들여다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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