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오, 윌리엄!>, 문학동네
대체 왜 전남편 출생의 비밀을 함께 찾으러 나선담. 루시가 소설가라서 가능한 건가. 일주일째 이해하려고 애를 써봐도 미스터리다. 그러면서도 <오, 윌리엄!>을 세 번이나 읽어버렸다. 루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관조적인 자세는 매력적이니까. 윌리엄의 의붓 누이를 찾으러 간 여정에서 결혼 생활을 관통하는 문장이 나온다.
"상대의 생각이 내뿜는 냄새, 입 밖으로 나온 한 마디 한 마디에서 느껴지는 자의식, 한쪽 눈썹이 살짝 올라가면서 약간 씰룩이는 모습, 거의 알아차릴 수 없게 기울어지는 턱, 상대 말고는 아무도 그 의미를 알지 못하는 것들, 그런 걸 느끼고 살면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영원히 그럴 수는 없다. 친밀함은 그렇게 지긋지긋한 것이 되었다."
이토록 지긋지긋한데 루시는 윌리엄의 의붓누이를 만나고 온다. 이 사건이 둘의 관계에 별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이전에도 그랬듯 윌리엄은 계속 다른 여자들을 만나며 루시에게 이성 고민 상담 전화도 걸어온다. 미국정서라 가능한 풍경인가.
나라면? 이혼하게 된다면 그동안 고마웠고 다시는 보지 맙시다 하고 마침표 찍고 싶다. 물론 우리 아이들 결혼식장에서는 나란히 앉아서 환한 축하를 보낼 거다. 부모와 부부는 완벽히 다른 개념이니까. 딱 부모 역할만 함께 할 테다. 남편에게 출생의 비밀이 있든 없든 내 관심 바깥의 영역이다. 대체 뭔 상관이람.
요즘 십 년 넘는 결혼생활에 차가운 자각이 든다. 너는 영원히 너이고 나는 영원히 나일 거라는 인지. 진에어 특가 소식에 설레는 나를 남편은 시큰둥하게 바라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이를 한 살 더 먹을수록 가고 먹고 하고 싶은 게 늘어나는 나와 달리 남편은 방안으로, 자기 자신 속으로 깊숙히 잠수하는 것 같다.
하긴 루시도 윌리엄을 이해해서 따라나선 건 아니었다. 뜨뜻미지근하게 곁에 머물렀다. 루시도 남편도 이해할 수 없지만 계속 관찰해 보기로 한다. 지긋지긋한 친밀함을 이따금씩 느끼며 상대를 미스터리로 품은 채 살아가는 일. 사전에는 없는, 내가 발견한 동행의 또 다른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