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없는 삶

부모님과 함께 보내는 시간

by 노용기

김정운 교수님은 사람이 죽기 전에 세 가지 후회를 한다고 했다.


좀 더 베풀고 살 걸

좀 더 용서할 걸

좀 더 재밌게 살 걸


사람들은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한다. 나 역시 행복을 추구한다. 그래서 행복과 관련한 책도 많이 읽었고 강연도 들었다. 그러나 현실에서 먹고사는 문제에 사로잡히다 보면,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들을 놓치고 살 때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 다니던 회사에서 한 임원 분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분의 아버님은 많이 위독하셨다고 했다. 그분은 고민 끝에 잠시 하던 일을 내려놓고 아버님이 계시는 병원에서 함께 지내며 몇 달 간 병간호를 하셨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아버님께서는 병을 이기지 못하시고 돌아가셨다. 그런데 그 임원 분께서는 아버님의 임종을 지켜보며 참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지난 몇 달 간 아버지와 함께 지내면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생활하면서 소원해진 관계를 회복한 상태에서 아버님을 하늘나라로 보내드릴 수 있어서 감사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최근 육아휴직을 통해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전보다 훨씬 많아지면서, 부모님과 보내는 시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나중에 후회하기보다, 부모님이 아프시기 전에 함께 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내리사랑이라고 아이들에게는 애정 표현을 많이 아빠가 되었다. 하지만 나의 부모님에게는 여전히 부족한 아들이기에 육아휴직을 통하여서 조금 더 노력해 보고 싶었다.

hands-981400_1920.jpg 내리사랑이라고 아이들에게는 애정 표현을 많이 아빠가 되었다. 하지만 나의 부모님에게는 여전히 부족한 아들이기에 육아휴직을 통하여서 조금 더 노력해 보고 싶었다.

오늘 아침에는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 스케줄이 어떻게 되니?"

육아휴직으로 집에 있는 아들에게 스케줄을 물어 봐 주시는 아버지의 배려심에 순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육아휴직 중이라고 하면 시간이 남아도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아버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시고 묻는 것 같았기 때문에 그 짧은 질문에 아버지의 배려심이 느껴졌던 것이다.


"오후 늦게 선약이 있는 것 말고는 없어요."

나는 짧게 대답했다.

"그럼 오전에 산에 갈까?"

아버지는 어머니와 등산을 하려고 하는데, 나와 같이 가자고 전화한 것이었다.


사실 그제부터 몸살 기운이 있었다. 회사 다니면서 약으로 버티던 몸에 내성을 키워보고자 이번에는 병원과 약국을 가지 않았다. 약을 먹었으면 금방 나았을 텐데 하는 후회가 있었지만, 다행히 몸살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에 희망을 걸고 있었다. 아직 몸상태가 좋지는 않지만 아버지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거절하기 어려웠다.


"예, 아이들만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같이 가요."

역시 짧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부모님은 산 정상 코스를 선택하지 않았다. 둘레길을 택한 것이었다. 다행이었다. 아마 산 정상으로 가자고 했으면 자칫 투덜대며 짜증을 냈을 것이다. 그러면 부모님과 함께 하는 의미가 줄어든다. 나는 아직도 부모님께 가끔 화를 낼 때가 있다. 나도 이제 두 아이의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그러나 여전히 어린 시절의 모습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조금씩 화를 내는 횟수가 많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약 2시간 동안 둘레길을 걸었다. 다행히 육아휴직 후 틈틈이 운동해서 그런지 힘들지는 않았다. 다만 몸살 기운 때문에 생각만큼 많은 이야기는 나누지 못하였다. 조금은 아쉬운 산행이었다. 산에서 내려와 아버지께서 잘 아시는 곰탕집에 들러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였다. 식당을 나오자 따스한 햇살이 비추었다. 덕분에 아쉬운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비록 생각만큼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하였지만, 이렇게 평일 낮에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최근 아내는 지인들의 부모님들이 갑작스럽게 사고를 당하거나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자주 접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은 아내는 함께 가슴 아파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아내는 사람일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 평소에 사랑한다는 표현을 자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후로 아내는 정말로 나를 포함한 가족들에게 그 전보다 더 자주 사랑한다는 표현을 하고 있다. 내 눈에 아내는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clock-407101_1920.jpg 아내는 사람일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 평소에 사랑한다는 표현을 자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앞으로 나에게는 8개월의 육아휴직기간이 남아있다. 오늘 산에 가보니 꽃봉오리가 올라온 것이 자주 눈에 띄었다. 봄이 오고 있다는 신호다. 곧 내가 사는 아파트 주변에도 개나리와 진달래 그리고 목련과 벚꽃이 필 것 같다. 날씨가 조금 더 따뜻해지면 부모님을 모시고 아이들과 호수공원이라도 다녀와야겠다. 그리고 내 인생에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매일 조금씩 더 그들을 사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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