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들이 아내와 자리를 바꾸면 아이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어제 아내는 오랜만에 운전대를 잡았다. 서울에서는 끼어들기를 조금 더 잘하는 내가 운전을 한다. 그러나 처가에 오면 내비게이션 없이도 운전이 가능한 아내가 운전대를 잡는다. 어제는 군산에 갔었다. 해양 박물관과 '이성당'이라는 맛있는 빵집을 가기 위해서였다. 그곳 지리에 밝은 아내는 자연스럽게 운전석에 앉았고, 나는 뒷자리에 아이 둘을 양쪽에 태우고 가운데에 앉았다. 뒷자리에 앉은 것 오랜만이었다. 그래서 좁고, 불편했고, 어색했다.
나는 뒷자리에 앉는 것이 두려웠었다. 아이들은 안전벨트를 매는 것을 불편해한다. 그래서 안전벨트를 풀어달라고 울 때가 있다. 경험해 본 사람들을 알겠지만 아이들은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 안전벨트를 풀 때까지는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그리고 아이들은 요구사항이 많다. 뒷자리에 앉아서 배고프다는 둥 오줌이 마렵다는 둥 그들의 요구사항은 끝이 없다. 아내는 항상 아이들 뒤치닥꺼리를 해왔다. 그래서 나는 그동안 뒷자리에 앉는 것보다 운전석이 차라리 편했다.
다행히 어제는 아이들이 울지 않았다. 배고프다며 이것저것 달라고 요구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뭔가를 해야 했다. 최소한 아이들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해야 운전하는 엄마를 찾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평소 해 하던 퀴즈를 내며 문제를 맞추는 아이에게 땅콩을 하나씩 입에 넣어 주었다.
"자~ 문제 나간다. 나는요 머리는 사람이고, 다리는 물고기예요."
나는 아이들이 쉽게 맞출 수 있는 문제를 내었다.
"정답! 인어공주"
6살인 첫 째아이가 정답을 맞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아무리 쉬운 문제를 내어도 아직 말을 잘 하지 못하는 둘째 아이는 열 문제나 냈지만 아직 한 문제도 못 맞혔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간 둘째가 울어 버릴 수가 있었다. 그때 마침 둘째 아이가 나를 불렀다.
"아빠~! 아빠~!"
순간 나는 둘째 영준이에게 땅콩을 먹일 수 있는 방법이 생각났다.
"자~ 문제 낸다. 영준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아빠~! 아빠~!" 둘째 영준이가 계속 나를 부른다.
"정답~!" 나는 잽싸게 둘째 아이 입에 땅콩을 물린다.
둘째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계속 나를 부른다. 그래서 나는 두 번째 문제를 냈다.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이번에도 둘째가 답한다.
"아빠~! 아빠~!"
난 천재인 것 같았다. 나는 이런 방식으로 두 아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땅콩을 줄 수 있었다.
비록 3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이들과 더 가까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매번 운전할 때면 아이들은 엄마 전담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내가 아이들을 보았다. 왠지 모를 자신감도 생겼다. 그동안 아내에게만 의지했던 부분들을 하나씩 깨 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내와 자리만 바꿨을 뿐인데 아이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소중한 시간이었다.
짧은 경험을 통해 나처럼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아빠들에게 어제 아이들과 함께 한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들과 가까워지고 싶은 아빠들에게 엄마의 자리로 가볼 것을 추천한다. 아내가 운전을 하지 못한다면 다른 방법으로 아이들과 가까워질 수 있다. 엄마 대신 요리를 할 수도 있다. 나는 아이들에게 요리해 주는 것을 좋아한다. 요리를 잘 해서가 아니다. 나는 어릴 때 아버지가 해 주셨던 치킨의 맛을 잊지 못한다. 매일 어머니께서 해 주시는 음식만 먹다가 아버지가 요리한 것을 처음 먹었는데 시중에 팔았던 치킨보다 몇 배는 더 바삭하고 부드러웠던 기억이 있다. 요즘은 인터넷에 레시피가 잘 나와있다. 스파게티, 카레 등은 어렵지 않게 아빠들도 도전할 수 있고 아이들도 참 좋아하는 메뉴들이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아빠와 엄마의 성 역할이 구분되어 있지 않을 경우 아이의 창의력에 더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친다고 한다. 성역할에 대한 선입견이 없어서 아이들이 더 넓게 사고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그러니 아이들의 창의력 향상을 위해서라도 조금 용기를 내어 볼 것을 권한다.
주변에는 어린이집 원장 선생님처럼 아이들을 정말 잘 보는 아빠들도 많다. 하지만 나처럼 혹시 마음만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할지 모르겠는 아빠들이 있다면, 잠시 엄마와 자리를 바꿔보라고 권하고 싶다. 작은 행동 같아 보여도 분명 아이들과의 관계에서는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저는 현재 육아휴직을 하고 있는 아빠입니다. 육아휴직 전에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매우 적었습니다. 그래서 엄마 없이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어색하고 때론 두렵기도 했습니다.
육아휴직을 하고 있는 지금, 저는 아이들과 가까워 지기 위해 매일 조금씩 노력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엄마 없이 아이들과 외식도 하고, 영화도 보고, 놀이터도 갑니다.
제 글이 아이들을 잘 보시는 아빠들에게는 어떻게 읽힐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처럼 아이들과 가까워지려는 마음은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는 아빠들에게는 제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