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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기 Mar 22. 2020

어떻게 살 것인가?

인생, 후회, 결심

최근 회사 업무와 관련하여 한 가지 결심한 것이 있다. 바로 참조 메일을 보지 않기로 한 것이다. 참조란 Carbon Copy(C.C.)인데 말 그대로 참고하라는 뜻이다. 나에게는 하루에 100통이 넘는 메일이 쏟아진다. 이 메일을 모두 읽다 보면,  정말 해야 할 중요한 일을 할 수 없을 때가 많이 있다. 그래서 나를 참조한 메일을 읽지 않고 수신인에(To) 둔 메일만 읽기로 했다. 이제 막 시작한 나만의 시간 절약 프로젝트인데, 과연 효과가 있을지 그리고 유용할지는 몇 주를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마흔이라는 나이를 되새기고 있다. 이 글의 매거진 제목이 서른 살의 사춘기인데, 어느덧 30대에 시작한 글이 40대로 넘어가고 있다. 다행인지 모르겠으나, 나는 10대와 20대에 사춘기를 경험하지 못했다. 별다른 인생 고민 없이 그냥 세상이 시키는 대로 살았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20대 후반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2~3년이 지날 즈음 극심한 사춘기가 찾아왔다. '나는 누구인가?' '의미 있는 인생을 살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등 답을 찾기 어려운 질문을 쫒아 고민하고 방황했다.  그렇게 몇 년간 번민과 고난의 시기를 보냈다. 때론 그 고통을 참지 못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통해 내 안에 독기와 거친 말들을 쏟아 냈다. 그리고 그 독이 어느 정도 제거되고 나서야 서서히 내가 누구인지 보이기 시작했다. 


직장생활을 하며 바쁜 와중에 대학원을 다녔다. 그리고 아내의 권유로 육아휴직을 했다. 1년간의 육아 휴직 후 다시 회사에 복귀해서 몇 달을 버티다 결국 이직을 했다. 이직한 직장에서 적응을 못해 쫓기듯이 다른 직장을 구했다. 다행히 다시 옮긴 직장에서는 안착이란 것을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마흔의 나이가 되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는 내 아이폰의 사진 갤러리만 기억하고 있다. 


오늘 몇십 년 만에 20대 내가 다녔던 대학 교정을 거닐 게 되었다. 캠퍼스를 거닐다 보니 마치 어제 일인 듯 선명한 기억들이 되살아 났다.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들었던 교실과 취업을 위해 토 나올 정도로 토익이라는 시험을 준비했던 어두운 지하 도서관이 스쳐 지나갔다. 오래된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의 상황들이 살아 숨 쉬듯 기억이 났다. 그런데, 그 일은 스무 살의 일이다. 도무지 믿기질 않았다. 그 날들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데, 그게 벌써 20년 전이라니  말이다. 


내가 앞으로 몇 년을 더 살지는 나는 알지 못한다. 나의 증조할머니와 할아버지는 80년 넓게 삶을 사셨다. 나도 그렇게 살 거란 막연한 기대와 희망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슬픈 것은 내가 매일 저녁마다 죽음을 떠올린다는 것이다. 매일 저녁이 되면 나는 그 날을 마무리한다. 그리고 가끔 눈을 감고 잠이 들 때 만약 내일이 오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이 휩싸인다. 그렇게 나는 나는 매일 죽고, 매일 그 날의 삶을 마감해 나간다. 그런데 더 비참한 것은 매일 내 삶에 후회가 남는다는 것이다. 그때마다 나는 내일의 태양을 뜰 거라는 위로를 내게 전한다.  그리고 나의 삶을 마감하는 그 날에는 부디 이런 아쉬움과 미련의 감정이 내 마음에 남아 있질 않길 기도하며 눈을 감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나는 나를 참조한 메일을 읽지 않기로 했다. 이 말인즉슨 나는 지금부터라도 내 삶에서 중요하지 않은 일들을 하지 않기로 작정을 했다는 뜻이다. 메일을 읽지 않을 경우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일을 꼼꼼히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평가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그 날 해야 할 중요한 일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뒤 돌아 생각해 보면, 살면서 굳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불필요한 시간을 허비했던 것 같다.   


인생에서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는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과감하게 버려야 할 것 같다. 그래야 남은 인생의 반을 보다 더 유의미 있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스마트폰으로 뉴스 기사를 검색하는 일과 소셜 미디어의 피드와 동영상을 들여다보는 습관은 버려야겠다. 그 시간에 아이들에게 책을 더 읽어주고, 아이들을 더 안아주며 사랑한다 말하는 부모가 되고 싶다. 그리고 그 사랑을 나의 부모님과 아내의 부모님에게도 전하고 싶다. 세상에는 수많은 메시지가 떠다닌다. 정치, 경제, 종교 등 각 분야에서 어쩌면 내 삶에 중요한 것들을 밀어내고 있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 그들의 메시지를 심고 있다. 먼지와 같은 그것들을 수면 아래로 가라 앉히고 내 삶에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직시해야 할 때가 되었다. 


어드 덧 인생의 반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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