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울렁거림은 이유는 무엇인가?
어젯밤 잠이 오지 않아 오랫동안 미뤄두었던 영화 한 편을 보았다. 제목과 줄거리 관련 알려진 이야기만 접했을 때는 그다지 보고 싶은 영화는 아니었다. 그러나 영화에 대한 평가를 보니 죽음을 다룬 영화라는 내용이 있어 호기심이 갔었다. 어제 본 영화 제목은 다름 아닌 '죽여주는 여자'다. 윤여정 씨(소영 역)가 주연을 맡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잔잔한 따뜻함과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선입견에 대한 부끄러움 그리고 죽음에 대한 먹먹함 등 다양한 감정이 소환되는 영화였다.
영화에서는 각자의 사연을 가진 노인들이 나오고 그들이 죽음으로 가는 여정이 그려졌다. 그리고 그 죽음으로 가는 길에 주연을 맡은 소영이 함께 한다. 제목 죽여주는 여자는 이러한 측면에서 중의적인 표현인 것이다. 보통 죽여준다라고 하면 정말 좋을 때 또는 끝내 줄 정도로 좋을 때 쓰는 비속어다. 영화에서는 이런 측면도 담고 있고, 죽음에 이르게 해 주는 여자라는 쪽에도 무게가 실려있다.
항상 삶과 죽음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살아왔기에 영화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한 명씩 유명을 달리할 때마다 뭔가 가슴에 어두운 커튼이 내려지듯 답답해지는 느낌 들었다. 그 감정은 예전 '아모르'라는 영화에서도 느꼈던 그런 감정과도 유사했다. 서로 사랑했던 노부부의 마지막을 그린 영화 아모르에서도 사랑하지만 아내의 고통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떠나보내야 했던 슬픔을 지켜보며 나 역시 한동안 이별과 죽음에 대해 생각했던 것 같다.
죽음 같은 영원한 이별은 아니지만 내일은 그동안 살았던 집을 떠나 새 거처로 이사를 하는 날이다. 사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전세로 그리 오래 살았던 집이 아니다. 그래서 그다지 이 집에 정이 들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내 마음은 마치 누군가를 떠나보낼 때 또는 어딘가로부터 떠날 때처럼 마음이 복잡하다. 물론 새로운 곳으로 간다는 설렘도 있다. 그러나 그 감정에 앞서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메스꺼움이 있다. 전에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다. 그리 오래 다녔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4~5년 정도 다녔던 회사를 떠나 이직할 때도 느꼈던 감정이다. 내가 원해서 이직하는 거여서 후련함도 있었지만 막상 동료들과 인사하고 떠나려고 하니 뭔가 후회, 아쉬움, 슬픔, 우울 등의 감정이 섞이면서 하나의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마음이 불쑥 올라왔다. 그때, 짧은 기간 다닌 회사도 이 정도인데 20~30년간 한 회사를 다니다 퇴직하는 사람의 마음을 어떠할까 상상해 본 적이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수십 년의 삶을 마감할 때 과연 어떤 감정이 들까 궁금하다. 그때도 또 다른 세계로 간다는 약간의 설렘이 있을까? 그래서 이 정도 살았으면 오래 살았다 하며 후련한 마음으로 떠나게 될까? 아니면 남겨진 사람들과 헤어진다는 생각에 슬픔과 아쉬움이 남을까? 어쩌면 그간 제대로 살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잘못한 일들도 생각나 후회가 남을까? 그때도 하나의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복잡 다단한 감정들이 올라와 지금 같은 울렁거림과 메스꺼움을 느끼게 될까? 어찌 보면 별거 아닌 이사 날 전 날, 떠남이라는 주제로 죽음까지 생각하며 별별 생각에 잠기다 이렇게 글까지 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