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보다.

by 노용기

며칠전 탈모 피부과를 찾았다. 앞머리카락이 세면기 하수구 속으로 하나 둘씩 사라지기 시작하여 점점 하얀 두피가 드러나

보였기 때문이다. 내 나이 36살, 결혼도 하고 자녀도 두명이나 있는 유부남이라 더 이상 생물학적으로 이성에게 잘 보일 이유는 없다. 그러나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기에 나는 타인에게 - 그게 이성이든 동성이든 연하든 연상이든간에 - 매력적인 사람으로 인식되고 싶다.


오늘 길을 걷다가 나무 하나를 유심히 보았다. 겉 껍질은 마치 오랫동안 햊빛에 노출되어 바싹 말라 가뭄난 땅처럼 갈라져 있었다. 나무는 몇 십년 동안 비와 바람과 햊빛과 추위속에서 오랜시간 견디며 살았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거칠고 울퉁불퉁한 모습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나는 조금 더 나무를 바라보았다. 저 말라비틀어진 껍질 안에는 무었이 있을까? 나무 속안에는 매력적인 하얀 속살이 있을 것이다. 그 안에는 생기가 있고 오랜시간동안 하나 둘 씩 축적된 나이테도 있을것이다. 이렇게 나무 안에는 생명이 있기에 추운 겨울을 이기고 따사로운 봄이 되면 찬란한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나무의 겉 모습은 세월을 비켜갈 수 없었지만 그 속은 여전히 새로운 생명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 세월을 비켜 갈 수 없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 나도 나의 할아버지처럼 그리고 아버지처럼 주름살이 생길 것이며, 검버섯도 하나 둘 피기 시작할 것이다. 그동안 운동을 하며 굵어졌던 근육도 서서히 힘을 잃어가고 가녀린 뼈만 드러나게 될 날이 올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삶의 현실이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도 마음만은 청춘으로 가져갈 수 있을 것같다. 그러기 위해 이제부터라도 매일 아침 머리를 감고 거울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좀 줄이고, 마음을 더 들여다보아야겠다.


그래도 여전히 사람들은 나를 볼 때 나의 외모를 볼 것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 누군가는 내가 나무를 오래들여다 본것처럼 나를 유심히 봐주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 사람들은 나를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아니라 내 곁에 오래 머무는 소중한 사람들 일 것이다. 그 사람들은 시들어가는 내 겉모습이 아니라 여전히 생명력을 품고 있는 내 속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됐다. 그것으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