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by 노용기

정시 퇴근해서 오늘은 아이들과 잘 지내봐야지 하며 기분 좋은 마음으로 집에 들어선다. 그러나 그 마음은 오래가지 못한다. 아이들은 그 짧은 저녁시간에 서로 "내꺼야!" "내가 먼저 잡았어!"하며 싸우고 울어댄다.


가끔식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런 고난을 받는가 싶다. 그리고 나는 아이들에게 무서운 얼굴을 하며 경고를 한다.

"앞으로 아빠 귀에 내꺼야라는 소리 들리면 혼날줄 알아."


잠시 집안에 안정이 찾아들고, 그사이 첫 째 아이가 책을 읽어 달라고 한다. 그런데 동생이 다가서니 그 책을 뒤로 숨기며 또 다시 "내꺼야"한다.
순간 나는 몸에서 힘이 쭉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미간을 심하게 찌뿌리고 말한다.

"아빠가 다시는 내꺼야 하지 말했지! 정말 아빠는 그 말이 듣기 싫다."
그 말을 마치자 마자 아이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이불속에 얼굴을 파묻고 대성통곡을 한다.


'잘못은 너가 했는데 도대체 왜 우는거야'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뒤돌아 생각해보니 나도 아이에게 아빠거 건드리지마 한적이 한 두번이 아닌 것 같다. 오늘만 하더라도 내 책에 스티커를 잔뜩 붙여놓은 딸에게 아빠꺼에 자꾸 스티커 붙여놓지말라고 엄하게 말했으니 말이다. 나도 지키지 못할 내용을 아이에게 말하고 있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도 잘 못하는 걸 아이에게 엄하게 요구한 것 같아 미안함 마음도 든다.


한참 울던 아이는 엄마가 책 한권 읽어 주니 저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든다. 아이가 피곤해서 더 울었던 것 같아 '내가 조금 참을껄' 하는 생각에 더 미안해 진다.


그나마 첫째 딸아이가 아빠대신 엄마를 닮은 한가지, 다음 날이면 어제 있었던 일은 잊고 나에게 먼저 다가와 줘서 마음이 무겁지만 조금은 무거움을 내려놓고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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