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유치하고 못된 생각인데 가끔 이런 생각을 해. 내가 아무런 연락 없이 약속된 시간에 상담실에 나타나지 않는다거나, 약속된 운동 시간에 나타나지 않으면 이 사람들이 날 걱정할까? 염려할까? 같은 생각을 종종 해보곤 해. 상담 선생님은 아마도 크게 걱정할 것 같고 트레이너 선생님은 무슨 일이 있나 선에서 끝날 것 같은데 만약 나타나지 않는 날들이 길어진다면? 그러면 이들은 이다음에는 어떻게 할까. 이런 생각들...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걸까. 내 존재감을 확인하고 싶은 걸까? 세상에서 사라지게 해달라고 염불을 외면서도 잊히는 건 싫은 걸까? 저들을 걱정시킴으로 인해 내 쓸모를 증명하고 싶은 걸까... 나는 내가 사라진 이후에 날 아는 모든 이들이 날 잊어버렸으면 좋겠는 마음과 잊지 말고 오래도록 기억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동시에 존재해. 모순적이게도 그래. 고작 나 같은 사람 때문에 걱정하거나 한숨짓거나 슬퍼하지 말기를 바라는 동시에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날 잊지 않아 줬으면 좋겠는 이기적인 바람이 있어. 이런 마음은 왜 생겨나는 걸까. 어리광을 피우고 싶은 것도 같고 발을 구르면서 떼를 쓰고 싶은 것 같기도 해. 광장 한복판에서 모두에게 보란 듯이 온몸으로 아우성을 치고 싶다가도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그저 조용히, 고요히 수면 아래로 침잠했으면 좋겠기도 해.
예시로 든 인물이 왜 상담실의 상담선생님과 헬스장의 트레이너 선생님이냐면 이들은 나랑 그 어떤 사적인 연결지점이 없으니까. 완벽하게 타인이니까. 서로의 이름과 나이 그리고 어렴풋이 사는 곳 정도를 간신히 알 뿐 그 외에 모든 정보는 서로 모르고 있으니까. 그러면서도 나의 몸과 마음에 관한 정보는 속속들이 다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서. 그래서. 나에 대해 가장 모르는 게 많으면서도 어떤 지점에 대해선 가족보다, 친구보다, 나 자신보다 더 나에 대해 알고 있어서.
정말 모순적이고 이기적이지. 내가 생각해도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