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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텔 Nov 18. 2022

트루먼 쇼

차라리 트루먼이 더 행복하지 않은가

살아있는 조각상으로 불리는 당신은 마치 모든 해답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내 질문에도 대답해줄 수 있나요?


강하다와 약하다의 기준은 무엇으로 나눌 수 있을까요. 물리적인 도구들, 그러니까 계량기와 온도계와 저울 따위로 수치를 나타낼 수 없는 이 애매하면서도 아득한 것들의 기준이 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하는 질문이요.

조금 황당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들어봐요. 나는 내 스스로 굉장히 나약하고 또 힘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공교롭게도 날 공적으로 만나는 이들은 전혀 다르게 보더군요. 회사 사람들도, 상담실의 상담자도, 헬스장의 트레이너도 말이예요. 이 사람들이 진짜로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차치하고서라도요. 특히 상담자와 트레이너는 입 밖으로 꺼내 문장을 완성해주었어요. 내가 본인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강한 사람이래요. 이들의 말대로라면 나는 몸도 마음도 강한 사람이네요. 아이러니하게도. 그렇잖아요. 믿을 수가 없어요. 그렇다면 나는 트레이너나 상담자가 더 이상 필요치 않다는 이야기일까요?


비약하고 있다는 건 나도 알아요. 그런데 그렇잖아요.

저들이 보는 나와 내가 느끼는 나의 모습에 대한 유리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나는 강한 사람이 아니지만 약해 보이기 싫은 것도 맞아요 그래도 내 본질은 강함이 아닌데 꾸며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잖아요. 나는 퍽 잘 속이는 사람일까요, 아니면 세상 사람들이 다들 상냥해서 혹은 바보라서 잘 속아주는 것일까요. 상대방의 약점을 알면서도 속아줄 만큼 세상이 어디 친절한 곳이던가요. 내가 훌륭한 가면을 쓰고 있는 거라고 여겨도 좋을까요?

둘 다 아니라면 내 어설픈 연기에 속아줄 만큼 세상 역시 어느 정도는 어설프다는 뜻일까요.

아니면 정말로 나는 트루먼 쇼의 트루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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