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죽을 때까지 나와 화해하지 못할 것 같다.
2. 언젠가 내가 죽는다면 내 장례식장에 와 줄 이는 누구일까. 우는 사람이 있을까. 웃는 사람은 또 있으려나. 아니, 장례식은 사치스러운 상상일지도 모른다. 무연고자로 이름 석자 중 모음 한 조각도 남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날지 그 누가 알겠나.
3. 나에게 끊임없이 실망에 실망을 거듭한다. 혐오를 벗겨낼 방도가 없다. 실망과 혐오를 한데 섞어 인간으로 빚어본다면 다름 아닌 내가 될 것이다.
4. 무언가 대단히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무언가에 들어갈 무언가가 무엇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4-1. 질문을 바꿔서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됐는가 하고 다시 묻는다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 답변 외엔 달리 할 말이 없는 순간이 있다.
5. 지금이 그렇다.
6. 단 한 번도 죽음을 상상해 본 적 없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다. 깊은 우울감이나 불안감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고도 한다. 상상해서 좋을 것이 없고 구태여 경험할 필요 없는 것이지만. 그런 사람을 실제로 마주한다면 시기와 질투를 감출 자신이 없다. 마치 유니콘 같은 존재를 보듯 보게 될 것만 같다.
7. 그런 것치곤 아득바득 열심히 살고 있다.
7-1. 뫄뫄씨처럼 열심히 사는 사람은 드물다고 전문가가 인정했다.
7-2. 그럼에도 여전히 뾰족한 생각이 든다. 이 땅에 열심히 사는 사람이 어디 나 하나뿐인가.
7-3. 모두가 지나치게 노력하며 살고 있다.
7-4. 남과 비교하자면 끝도 없지만 어쩔 수 없이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7-5.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