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에스텔


1. 구내식당에서 식판에 밥을 담으려고 줄을 섰다. 그런데 이상하게 밥이나 반찬 등을 식기에 담으려고 할 때마다 누군가 날 부르거나, 휴대폰이 울렸다. 덜어내고 다시 줄서고를 반복하다가 끝내 밥을 먹지 못했다.


2. 아무도 밟지 않은 깨끗한 눈밭색과 꼭 같은 색의 고양이가 내 곁에 다가왔다. 임신 중이었다. 어쩐지 나는 그 고양이의 출산을 돕고 있었고 6마리의 새끼가 태어났다. 상대가 어떤 놈이었는지 태어난 새끼들의 털색은 다양했다. 치즈, 턱시도, 고등어... 이 고양이들을 내가 다 거둘 수 없어 나는 열심히 입양을 알아봤고 1마리를 데려가겠다는 지인의 연락을 받으면서 꿈에서 깼다.


3. 비보티비를 재밌게 시청한 날에 유달리 송은이 언니가 나오는 꿈을 꾼다.

송은이 기획사에 소속되어 있지만 아직 무명인 연예인 4명이 있다. 이들이 머무는 공간은 마치 망원동 소품샵처럼 아기자기 자하게 꾸며져 있다. 대표님과 어디에도 노출된 적 없는 무명이자 신인인 이들과 함께 피부과를 다녀왔다.(필러 시술을 받은 것 같다.) 화보촬영이 있다고 했다. 카메라 앞에 서본 일이 드물어 다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굉장히 작은 차에 5명이 구겨 탄 채 촬영장으로 이동했다. 나는 이 안에서 매니저였는가. 무명 연예인 4명 중 한 명이었는가. 알 수 없다. 그저 이 모든 동선에 함께 존재하고 있었다.


4. 길을 걷는데 눈앞에 새의 깃털이 하늘하늘 떨어지고 있었다. 굉장히 많은 깃털이 바람과 함께 도시를 점령하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우산을 펼쳤다. 도대체 어디서 갑자기 나타났는지 모를, 하늘을 뒤덮은 새들은 비행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자기들끼리 부딪혀가며 하늘과 도심을 뒤덮었다.


5. 예고 없이 시작한 생리에 당황을 감추고 침착하게 화장실을 찾았다. 그런데 화장실 내부 구조가 너무나 이상했다. 길을 찾을 수 없었고 쓰임새를 알 수 없는 구조물들이 잔뜩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었다. 이게 화장실이 맞나 의심이 될 지경이었는데 나는 이대로 나갈 수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제일 중요한 생리대를 챙기지 못했다. 막연히 화장실 앞 자판기에서 살 수 있겠거니 싶었는데. 그러다 갑자기 눈앞에 요즘 내 운동을 봐주고 있는 헬스 트레이너가 나타났다. 내게 필요한 것들을 쥐어주고 스르륵 사라졌다. 사라지기 직전에 화장실 위치도 알려줬다. 해결하고 화장실 밖으로 나왔더니 모르는 사람이 대뜸 내 앞길을 막고선 다음날 같이 밥을 먹잔다. 당신 누구신데요... 얼떨결에 그러겠다고 연락처를 교환했다. 도대체 이 무슨 개연성 없는 꿈인가 싶어 깨고서도 한참 생각했는데 그날 아침 헬스장 가는 길에 트샘한테 본인이 늦잠을 자는 바람에 당일 수업은 못하게 됐다고, 너무 죄송하다는 전화를 받았다. 예지몽을 꿨나 보다. (생리할 시기가 얼마 남지 않기도 했다. 모든 것이 엉망진창으로 뒤섞여 꿈에 나온 셈이다. 인간의 무의식은 이상한 것투성이다.)


6. 누군가한테 맞았다. 일방적인 폭행이었다. 상당히 크게 다쳤고 병원에 입원했다. 길 가다 맞아서 병원에 입원한 젊은이의 딱한 사정이 입소문을 타고 여기저기 퍼지기 시작하면서 수술비가 모이기 시작했다.

원래 꿈이란 게 황당하기 짝이 없는 내용 투성이라지만... 잠에서 깨고도 잠깐 현실과 꿈의 경계를 찾지 못했다. 왜 맞았는지도 기억 안난다. 가해자가 누구인지도. 그냥 흠씬 두들겨 맞았고 수술해야 할 정도로 많이 다쳤다. 이런 꿈은 왜 꿨는지 여전히 미스테리다.


이상한 꿈을 꾸면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기록해둬야 한다는 강박 아닌 강박이 있다. 대체로 중간에 깨기 마련인데 그때 휴대폰을 찾아 메모장 혹은 카카오톡 내게 쓰기 대화창에 열심히 타이핑을 한다. 키워드만 적어놓을 때도 있고 내용 전체 줄거리를 적을 때도 있다.


온전히 정신을 차린 후 아침에 메모를 확인해 보면 내가 간밤에 이런 꿈을 꿨다고? 싶은 적이 대다수다. 얼토당토않은 오타로 맥락을 유추하기 힘든 내용도 많다. 그럼에도 여전히 인상 깊은 꿈을 꾸다가 깨면 꼭 적어둔다. 언젠가 글감이 되지 않을까 싶어 적어두기도 한다.

결과는 보시다시피- 그냥 꿈을 나열하는데서 그치고 있다.

하지만 제 꿈, 재밌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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