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에서 울었다

by 에스텔


다가오는 주말을 유독 설레며 기다렸던 것은 북페어 서울 퍼블리셔스 테이블 구경과 비보쇼 관람이 줄지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북페어는 올해 도서전을 가지 않아서 기대되는 행사였고 비보쇼는 10주년에 처음 가게 된 행사여서 기대가 컸다. 비밀보장 팟캐스트 애청자 10년 차임에도 그간 티켓이 없거나 시간이 없거나 체력이 없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못 갔었는데 10주년에 티켓팅 성공해서 가게 된 것이 감개무량한 일이었다. 이렇게... 신나고 설레는 일만 가득한 주말을 앞두고도 나는 헬스장에서 운동 다 끝내고 그만 엉엉 울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로 호평을 받았던 작가님의 사망 소식이 내 안의 무언가를 크게 건드렸다.


사실 난 이 책을 사서 읽고 바로 중고시장에 내놨었다. 제목에는 사무치게 공감했지만 내용은 큰 울림을 주지 못했다. 지인과 나는 이 책이 정신과진료, 심리상담 등과 전혀 연이 없던 사람들이 읽으면 좋은 책인데 이미 발을 담그고 있는, 상담/진료를 진행 중이거나 해봤던 이들에게는 어느 정도 알고 있던 얘기여서 그런 게 아니냐 했다.


나에게는 타인의 정신과진료일기가 공감이나 친숙함보다는 또 다른 트리거가 되는 일이기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책을 가지고 있는 게 의미가 없다고 여겨 팔았지만 작가님의 계속되는 글쓰기는 좋았다. 무엇보다 책의 제목만큼은 한동안 곱씹으며 힘이 됐다. 내일 아침이 끔찍하다가도, 저녁에 떡볶이나 먹을까 하고 생각하면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갑작스레, 예고 없이, 너무 뜬금없이 작가님의 사망 소식이 sns를 지배했다. 나는 이 작가님의 북토크는커녕 오프라인 행사 자체를 가본 일이 없어 얼굴도 제대로 몰랐다. 기사와 함께 게시된 사진은 너무 어렸고 반짝였다. 얼굴도 제대로 알지 못하던 작가의 사망 소식이 왜 나를 헬스장에서 울게 만들었나... 스스로도 명확한 이유를 여전히 모르겠다. 그냥 너무 서러웠고 허망했고 또 덧없게 느껴졌다. 나는 이렇게 살아있는데, 죽지 말아야 할 사람이 죽은 것 같아 괴로웠다.


운동하는 내내 정신을 어디다 뒀는지 트레이너의 코칭이 제대로 귀에 꽂히지 않았다. 같은 말을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그의 노고를 봐서라도 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 싶은 것도 잠시. 아차 하는 순간 자세는 흐트러지고 트레이너의 목소리는 조금씩 높아졌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간단한 동작 하나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데 도대체 이 무슨 시간낭비, 돈낭비인지. 돈은 내 돈이지만 시간은 트레이너에게도 중요한데 모두의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에 괴로워 마음이 어지러웠다. 멈추지 않는 롤러코스터에 탑승해 있는 기분이었다. 이따위의 인간도 살아 숨 쉬면서 이산화탄소를

낭비하는데... 세상은 왜...


제인 구달 박사님은 우리가 지구에 있는 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임을 잊지 말라고 하셨다는데...


아니, 박사님... 잘 모르겠어요.

정말 그럴까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