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다짐, 굿바이 다이어트!
뼛속 깊이 내향형인 한 인간이 새해 계획을 세우는 방법
2020년 5월부터 약 20개월 간 다이어트를 했다. 물론 20개월 동안 줄곧 운동과 식단 관리를 열심히 한 것은 아니다. 오르락내리락하던 체중은 다이어트를 시작한 지 15개월째인 지난해 7월 11kg 감량으로 가장 좋은 기록을 남겼고, 지금은 이때보다 약 3~4kg 증가한 상태다.
나에게는 몇몇의 다이어트 메이트가 있었다. 나를 다이어터의 길로 이끌어준 사람이자 다이어트와 관련해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눈 C선배, 몸무게와 식단, 운동량을 함께 공유한 밴드 멤버들. 최저 몸무게를 찍었던 때는 밴드 멤버들과 매일매일을 공유하던 때였다. 그리고 지금은 C선배와 둘이 카톡으로 밴드에 인증하던 내용을 공유 중이다.
평생 해야 하고 평생 할 수 있을 것만 같던 내 인생의 첫 다이어트. 이 다이어트가 무리라는 생각이 든 것은 연말이었다. ‘새해에 내가 집중하고 싶은 건 뭘까?’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생각하다 보니, 요 근래 내가 가장 집중하고 있던 건 다이어트라는 걸 알게 됐다.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했고, 고민해서 차린 음식을 찍었고, 매일 아침마다 몸무게를 공유하며 일희일비했다. 활동량을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먹는 것에 더욱 집착을 했고 24시간 중 먹는 것에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었다. 웃긴 건 그렇다고 철저하게 식단을 지킨 것도 아니었다는 점이다. 밴드와 카톡은 가끔 ‘누가누가 더 맛있고 살찌는 음식을 먹느냐’를 겨루기라도 하는 듯한 음식 사진들이 올라왔다. 치팅데이라고 부를 수 없는 간격으로 말이다.
더 이상 먹는 것에 집착하고 싶지 않았다. 살찌는 음식을 먹어 놓고 살찔 것을 두려워하며 스스로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싶지도 않고, 아침 공복 몸무게로 그날의 내 기분을 좌지우지하고 싶지가 않았다. 무엇보다 식단을 포함한 다이어트 활동에 관한 것을 누군가와 공유하는 건 정말 많은 에너지가 쓰였다. 내 것도 기록해야 하고 다른 사람의 것도 봐야 했다. 나에겐 불필요한 다른 사람의 정보가 나에게 들어오는 자체가 에너지 소모였다. 돌이켜보니 나에겐 그랬다.
새로운 것에 집중하려면 이 리듬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적어도 식단보다는 더 중요한 것을 생각하고 고민해야 올해 계획도 이루고, 더 나아가 내 꿈에 가까워질 것 같았다. 나는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기 어렵고 한 가지에 집중하면 다른 것엔 그만큼의 에너지를 쓸 수 없는 사람인 걸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리고 외부가 아닌 내 안에서 에너지를 채우는 사람이라는 것도.
이 자리를 빌려 지난 20개월 나와 함께 한 다이어트와 다이어트 메이트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특히 딱히 집중할 게 없었던 나에게 다이어터의 삶을 살게 해 준 C선배에게. 아직도 2020년 여름이 잊히지 않는다. 다이어트를 시작한 첫 해 여름은 한창 열을 올리고 있을 때라 무더운 한낮에도, 비가 오는 밤에도 한강 둔치를 하염없이 걸었었다. 다시는 그러지 못할 것 같다.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하지만 덕분에, 적어도 몸무게의 앞자리는 바뀌었다. 힘들었지만 땀과 함께한 그해 여름이 나쁘지는 않았다.
오해할까 하는 말이지만 살이 찌도록 두려는 것은 아니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체중이 느는 건 위험한 일이다. 대신 다이어트의 접근 방식을 달리 해 보고 싶다. 단순하게, 배가 고프면 건강하게 먹고 배가 고프지 않으면 조금 먹거나 먹지 않는다. 나에게 절제력을 키울 기회를 이참에 줘 보는 것이다. 물론 잘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다이어트는 결코 쉽고 단순한 것이 아니니까! 하지만 나는 지금의 관성에서 벗어나고 싶은 상태이기 때문에 달리 방법이 없다. 이런 다짐이 공허한대도 아직은 괜찮다. 아직은 연초니까, 스스로를 믿게 되는 새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