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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뫼 Feb 21. 2020

지금보다 더 좋은 글은 가능한가

글쓰기 동지들에게

“맛 최악. 여기 족발 먹을 바엔 내 발가락 빨아먹는 게 더 맛있을 것 같음.”   

  

인터넷에서 본 ‘족발집 최악의 리뷰’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나도 얼마 전 정말 맛없는 족발을 먹었다. 주로 집 근처 시장에서 파는 저렴하고도 맛있는 족발을 사다 먹는데, 그날은 편하게 먹자며 배달 앱으로 족발을 주문했다. 맛있다는 리뷰를 확인하고 주문했지만 내 생에 그렇게 맛없는 족발은 처음이었다. 족발은 느끼해서 두 점 이상 먹을 수가 없었고 사이드 메뉴로 추가한 계란찜은 간이 전혀 되어 있지 않아 한 입 떠먹고는 더 이상 숟가락이 가지 않았다.      


맛없는 족발을 먹게 된 나의 상황이 좋을 리 없었지만, 포장 비닐에 붙어 있던 사장님의 메모도 나를 슬프게 했다.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정성껏 만든 족발입니다. 맛있게 드시고 또 찾아주세요.” 족발집 사장님에게는 귀한 자식과 같은 족발이 나에게는 ‘최악의 족발’이었으니 예전 유행어대로 정말 ‘안습’이었다. 여러 번 시켜 먹은 사람도 있는 것 같던데 적어도 우리 집은 다시는 그곳에서 족발을 시키지 않을 것이다.      


무언가를 팔아본 사람이라면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것이다. 그래서 소비자의 마음을 훔치는 일은 꽤 매력적이고, 마케터는 자신의 계획대로 판매가 될 때 짜릿함을 맛본다.      


책을 만들고 팔기 위해 노력한 나 또한 책 한 권이 팔리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안다. 서점 주문서를 마주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했던 나는 내 월급을 걱정할 정도였다. 보통 1년 넘게 시간과 돈과 정성을 들였는데 시장에서 별 반응이 없으면 회사 분위기는 말 그대로 살얼음판이다. 하지만 책을 만들 때나 마케팅 계획을 할 때 모두, 논의와 회의를 거치기 때문에 누구 한 명의 잘못은 없다.      


나는 몇 군데 출판사를 다니면서 ‘잘 팔리는 책’보다 ‘잘 팔리지 않는 책’들을 더 많이 경험했다. 원고부터가 별로인 책도 있었고 원고는 꽤 괜찮았는데 콘셉트 등이 잘못인 책도 있었다. 원고가 별로인 책의 실패 원인은 분명하다. 좋지 않은 원고를 가져온 기획자(주로 사장)와 그 원고가 별로임을 알면서도 사장에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말하지 않은(혹은 못한) 직원들이다. 직원이 반대 의견을 적극적으로 말했음에도 사장의 판단하에 책을 냈을 수도 있다. 어찌 됐든 두 경우 모두 그 회사의 미래는 뻔하다.       


좋은 원고인데 잘 팔리지 않은 책은 엄밀히 말하면 두 종류다. 잘 팔리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낸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다. 잘 팔리지 않을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책은 출간 의의를 생각하며 세상에 내놓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마음을 내려놓고 있지만, 잘 팔릴 거라고 생각한 책이 팔리지 않으면 모두에게 ‘안습’인 상황이 온다. 저자는 저자 나름대로 상처를 받을 수도 있고, 저자를 설득해가며 출판 과정을 이끌고 온 출판사는 내외부적으로 타격을 받는다.      


(여담이지만, 기대한 책이 잘 안 나갈 때 그 원인을 분석하고 토론하는 출판사는 거의 못 본 것 같다. 마케팅 회의만 하지 말고 출간 이후 평가 회의도 한다면 조금은 더 출판 전문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요즘 나름 꾸준히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올리다 보니 나에게도 기쁘면서도 ‘안습’인 상황이 종종 생긴다. 어떻게 노출이 되었는지 조회수는 상당히 높은데 구독자나 ‘하트’가 늘지 않을 때다.      


내 글을 읽는 독자가 책을 사거나 족발을 시키는 것처럼 돈을 지불해야 한다면 내 글이 더 좋아질까…? 솔직히 말하면 더 좋아질 여지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는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안습인 상황이 계속되어도 그게 ‘진짜 안습’인 상황 아니기 때문이다. 내 마음껏 연습할 수 있는 공간에 오늘도 용기를 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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