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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뫼 May 31. 2024

쓰다 보니 알게 되는 것 1

이제라도 5월 매일 쓰기


- 소비 습관 이대로 괜찮은가?



다음 달 카드 명세서가 날라 왔다(실제 우편으로 온 건 아니지만 고지서나 명세서는 날라 오는 게 제 맛(?)이니까). 맙소사! 지난달보다 무려 60만 원이 더 나왔다. 요 몇 달 카드 값이 자꾸 야금야금 올라 평소 나오는 것보다 20만 원 정도 더 나왔는데 급기야 이번 달은 사상 최고의 금액을 찍었다.   

   

가만 보자. 고액순으로 정렬해 보니 일단 이번 달부터 시작한 아이 태권도 학원비가 제일 크다. 그다음은 인터파크 티켓. 흠흠. 덕질에는 돈이 많이 든다. 어렵게 티켓팅에 성공한,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내 가수의 콘서트 티켓값이다. 음반값 약 2만 원까지 합치면 덕질에 가장 큰 비용을 썼다. ‘가정 경제, 이대로 괜찮은가’ 잠시 걱정과 현타가 밀려온다. 그다음은 아이 미술 학원비. 보통 월 초에 지역 화폐를 충전해 놓고 원비를 내는데 이번 달엔 안 했으니 할인은 못 받았지만 어쨌든 쌤쌤이다.      


특이사항이 있나 살펴보니 무신사 할부와 올리브영이 각각 3만 원대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큰 금액이라고 보기는 애매하지만 평소 볼 수 없는 항목이다. 그리고 두 항목의 사용일이 같다는 건 그날 뭔 일이 있었다는 뜻.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건지 다이어리를 펼쳤다. 소사소사 맙소사…. 내 가수의 콘서트 티켓팅을 한 날과 같다. 다이어리엔 뭔가가 잔뜩 쓰여 있다. ‘날씨 최고 좋음! 뮤직페스티벌 가고 싶은 날. 나 조울증인가? 싶은 생각이 듦. 오늘은 조증인 날?’ 또 바로 그다음 날 네이버 쇼핑으로 티코스터 10종과 에이블리에서 나일론 점퍼를 샀다는 걸 알게 됐다.      


그날 선배와 통화를 하며 선배가 해 준 얘기가 생각났다. “조울증인 사람들이 조증일 때 충동 구매한 걸 카드값 보고 현타를 느낀다더라.” 그때 그 얘기를 듣고 살짝 놀라긴 했는데 이렇게 한 달 카드 명세서를 받고 보니 그때보다 아주 조금 더 놀랄 뿐이다(응? 놀라긴 했지만 심각해지지 말자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밖에는 평소와 다르지 않은 항목들이기 때문에 다음 달 말에 날라 올 명세서를 기다려 보기로 한다(아아, 쓰면서 살짝 불안함이 느껴진다. 며칠 전부터 독서 욕구가 뿜뿜 올라와 온라인이고 오프라인이고 서점을 들락거렸던 게 떠오른다).      


5월을 마감하며 5월에 한 특별한 일과 변화 등, 한 달을 아우르는 일기를 써보고 싶기는 했는데 현타가 느껴지는 소비 일기를 쓰게 될 줄은 몰랐다. 뭐라도 쓰니 알게 되는 게 분명히 있기는 한가 보다.      


     

/24.05.3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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