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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뫼 Jun 04. 2024

손을 잡으면


날씨가 제법 더워지고 있다. 잘 때 창문을 닫으면 살짝 덥게 느껴질 정도라 며칠 전부터는 베란다와 통하는 안방 창문을 열고 잔다. 아이는 잠들기 전까지도 침대에서 작은 장난감을 조물조물 가지고 논다. 그러다 잠이 들면 아이 머리에는 땀이 찬다. 나는 솔솔 부채질을 해 준다.     

 

“손발이 차갑고 끈끈하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내 손발을 한 번씩 잡을 때마다 했던 말이다. 손에 땀이 많고 그러다 보니 겨울에도 손이 차가웠다.      


“어서 자.”     


내 말에 아이는 내 손과 제 손을 깍지 끼우고 자신의 가슴팍 위에 올려 둔다. 그러고는 눈을 감고서 제법 잠을 청하는 모양새를 취한다. 날이 더워서일까, 아이도 날 닮아 손에 땀이 많은 걸까 아이와 마주잡은 손이 촉촉하다. 분명한 건 내 손에서만 나는 땀이 아니란 거다. 손에 땀이 찼다고 뺄 수가 없었다.   

  

아이가 딱 만3세까지 손가락을 빨았다. 어설픈 수면 교육의 부작용이었다. 식초도 발라보고 양말을 씌어 놓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마지막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실리콘 재질의 손가락 싸개를 사서 끼웠는데 아이가 기겁을 하고 울었다. 그날 밤, 난 아이에게 거의 사정을 하는 마음으로, 하지만 내 육아 인생 중 최대한 차분한 태도로 아이에게 말했다.     

 

“자연이가 손가락을 너무 많이 빨아서 엄마가 너무 걱정돼. 오늘은 손가락 빠는 대신 엄마 손 꼭 붙잡고 자 보자.”

     

그날 밤 아이는 기적처럼 손가락을 빨지 않고 잠이 들었다. 그 이후로도 손가락 빠는 일은 없었다. 손을 꼭 잡아주면 되는 거였다니. 허탈하면서도 기특하고 또 미안했다. 차갑고 축축한 손이라도 엄마의 손이면 그저 다 좋기만 한 아이와 오늘도 손을 잡고 걸었다. 아이가 주는 추앙에 가까운 사랑이 나를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한다.        


   

/24.06.0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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